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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경영문제도 없는데…"국민연금 반대 위한 반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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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기아차·효성 등
표대결서 밀려 체면 구겨
과도한 기업 옥죄기 우려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이후 첫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15일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서 취재진이 LG전자 주주총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이후 첫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15일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서 취재진이 LG전자 주주총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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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배경환 기자, 박혜정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 국민연금이 주총 전 반대의견을 밝혀 첨예한 대립이 예상됐던 주요 기업들의 주총 결과가 가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튜어드쉽 코드 실시로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상됐던 국내 최대 '큰 손' 국민연금의 입장이 무색해진 모습이다.


현대건설, 기아차, 효성 등 기업 안건 모두 가결

건설업계 중 가장 빠른 주주총회를 진행한 현대건설은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사외이사 및 감시위원 재선임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앞서 국민연금은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재임시 분식회계에 대해 이사로서 감시, 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해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며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현대건설은 신현윤, 서치호, 박성득, 김영기 등 총 4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이중 김영기 사외이사는 국세청 조사국장을 지낸 관료 출신이고 박성득 사외이사는 리인터내셔널법률사무소 변호사로 법조인물이다.

기아차도 이날 박한우 기아차 사장 주재로 제75기 정기 주총을 열었다. 8조3000억원 규모 고배당 요구 등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주주제안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히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측에 힘을 실어줬던 국민연금은 지분 6.49%를 보유 중인 기아차에 대해서는 한전 부지 매입 당시 사외이사로서 감사 의무 소홀했다는 이유로 남상구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재선임 안건에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기아차는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의결권 수를 넘었다"며 이 안건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효성의 경우도 회사 측이 밝힌 원안대로 가결됐다. 국민연금은 효성 주총에서는 사측이 사외이사ㆍ감사위원으로 선임하겠다고 밝힌 인사 중 3명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한 바 있다. 주주권익을 침해한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던 아세아의 정관변경 안건도 찬성 통과됐다. 아세아는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상법 제382조의2에서 규정하는 집중투표제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신설한 바 있다.


농심이 신병일 전 삼정KPMG회계법인 품질관리실장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도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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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에서 반대로…과도한 '옥죄기' 우려

한미약품 주총에서는 국민연금이 '허술한' 이유로 사외이사 선임 반대표를 사전 공시했다가 결국 표 대결에서 밀린 상황도 벌어졌다. 같은 인물을 놓고 3년 전 신규 선임 땐 찬성했다가 이번에 돌연 반대하는 모순된 결정을 하면서 체면을 구긴 꼴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날 열린 한미약품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이동호 전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전 서울아산병원 교수)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하는 안건이 찬성률 84%로 통과됐다. 국민연금은 지난 12일 사전 공시한 대로 이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한미약품의 지분 10.11%로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안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 세부기준 31ㆍ32조에 의거 "중요한 거래 관계 등에 있는 법인의 최근 5년 이내 상근 임직원으로 독립성 훼손의 우려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전 교수가 2011~2014년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초대단장을 지낸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전 교수는 울산의대 및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지난해 8월 말 정년퇴임했으며, 현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인공지능 신약개발지원센터 추진단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지난 2016년 한미약품이 이 전 교수를 사외사로 신규 선임할 때 찬성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과도한 기업활동 '옥죄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심지어 스튜어드십코드 실시 이후 '보여주기식 반대'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조차 제기된다.


예고됐던 국민연금 무리수 현실로

전일 열렸던 현대글로비스와 LG하우시스 주총에서도 국민연금 반대에도 불구, 압도적 찬성으로 회사 안건이 가결됐다. 앞서 국민연금은 이들 회사의 이사 보수한도가 경영 성과에 비춰 과도하다며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 LG상사 등은 지난해와 이사 수도 동일하고 이사 보수한도도 같다. 현대글로비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오히려 늘어났다. LG상사도 지난 5년간 50억원 한도의 동일한 금액으로 이사 보수를 책정해왔다. 풍산 역시 지난해와 같은 70억원의 이사 보수한도가 과도하다며 국민연금으로부터 반대 의사를 통보받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영상 문제점이 없고 이사 보수한도를 늘린 것도 아닌데 국민연금이 반대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며 "이번 주총 안건 반대 사례를 보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이란 비판도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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