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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형의 오독오독]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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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워런 버핏, 부의 기본 원칙' / '워런 버핏 라이브'

[이근형의 오독오독]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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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상대로 도박하는 것이 투기, 확실한 분석없이 대세 편승은 경계

투자법, 성공론 콕 짚어주진 않지만 투자자가 가져야할 마음가짐 강조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 둘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확실한 기준도 없고 아무리 잘게 쪼개서 분리해봐도 모호한 부분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법적으로는 개발 정보의 불법적 사전취득, 부당한 방법이 동원된 자금 조성, 거래 방법 등 명백한 불법의 요소가 있을 때만 투기로 처벌하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투기라는 단어를 접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부동산.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라는 말이 가장 많이 나오는 분야다. 최근 가수 아이유가 부동산 투기 설화(舌禍)에 휘말린 적이 있다.


그가 경기도 과천에 구매한 건물이 1년 만에 23억원이 올랐다는 기사가 나와서다. 아이유 측에서는 실제 쓰고 있는 작업실이고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시세차익을 노리고 산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투기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부동산 측면에서 볼 때 투자란 생산 활동적인 활동을 위해 오랜 기간 토지 혹은 건물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말한다. 투기는 실제 활용과는 관계없이 양도차익만을 노리고 단기간 보유하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도 양도차익과 실제로 활용되고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아이유의 경우에는 투기라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최근 1∼2년 사이에는 부동산에 가려져 있지만 투기, 차익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 전통의 강자는 주식이다.

투자의 신, 오마하의 현인, 수십억 원짜리 점심 경매, 맥도널드와 콜라를 좋아하는 괴짜(이 이미지는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빼앗긴 듯하지만) 워런 버핏. 그의 삶은 크게 세 시기로 나눌 수 있다. 1기인 '투자 준비기'는 주식 중개인이었던 아버지 하워드 버핏의 아들로 태어나 컬럼비아대학 비즈니스 스쿨에서 가치투자의 창시자 벤저민 그레이엄을 만나고 졸업 후 그레이엄-뉴먼사에서 일하던 시기다. 그레이엄의 은퇴와 함께 버핏투자조합을 설립한 1956년부터 투자조합을 해산한 1969년까지가 '투자자로서의 시기'로 2기에 해당된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최대 주주이자 회장으로 취임한 1970년부터 현재까지인 '소유-경영자의 시기'가 3기다.


최근 잇따라 국내에 출판되고 있는 버핏 관련 책 중에서 뉴욕의 베테랑 애널리스트 제이미 밀러가 쓰고 국내 기자로는 처음으로 버핏을 직접 인터뷰한 이민주가 옮긴 '워런 버핏, 부의 기본 원칙'은 2기를 다루는 책이다. 그리고 미국의 투자자문사 피컷 앤드 컴퍼니의 사장인 대니얼 피컷과 부사장 코리 렌이 쓰고 투자 분야 전문 번역가인 이건이 번역한 '워런 버핏 라이브'는 그의 인생 3기를 다뤘다.


버핏은 전 세계의 투자자들이 투자 비법을 궁금해하는 사람이지만 그가 직접 쓴 책은 한 권도 없다. 따라서 일반 투자자들이 직간접적으로 그에게 투자법을 배울 루트는 세 가지다. 앞서 언급한 점심경매가 첫째인데 사람 좋아 보이는 한편 깐깐하기도 한 이 영감님은 수십억 원을 내고 점심을 같이 먹는다고 해서 족집게 과외를 해주진 않는다. 나머지 두 가지가 버핏이 주주들에게 보낸 주주서한과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주총회이다.


'워런 버핏, 부의 기본 원칙'은 버핏이 보낸 주주서한 중에서도 많이 알려진 버크셔 해서웨이 시절이 아닌 버핏투자조합 시절에 보낸 서른세 통을 다룬다. '워런 버핏 라이브'는 1986년부터 2018년까지 주주총회 실황을 정리한 책이다. 전자는 다소 딱딱하지만 이제 막 투자에 눈을 뜬 젊은 투자자의 열정과 조합을 이끄는 위치가 주는 책임감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버핏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시기는 그의 커리어에서 투자자로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둔 기간이다. 반면 후자는 질의응답인데다가 재치와 독설을 겸비한 찰리 멍거가 옆에 있어 조금 더 재미있고 쓱쓱 읽을 수 있게 구성돼 있다. 이야기의 연속성이 없어 끊어 읽기에 좋다. 두 권의 책을 관통하는 버핏 투자의 핵심은 '가치투자'다.


버핏의 스승인 그레이엄은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비정상적이고 비이성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내재가치에 수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장은 결국 올바른 길로 가는 경향을 보일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기업 실적을 반영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투자자라면 주가의 단기적 변동은 거의 무시해도 괜찮다고 봤다. 버핏은 주기적으로 "주식시장은 언젠가는 침체될 수밖에 없고 이 시기에는 초연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런 버핏(왼쪽)과 찰리 멍거

워런 버핏(왼쪽)과 찰리 멍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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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은 확실한 분석 없이 시장의 대세에 편승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1966년 조합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는 시장 상황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전망하는 것에 근거해 주식을 매입하거나 매도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특정 기업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근거로 주식을 매입합니다. 우리의 판단이 옳았는지 결정하는 것은 주식시장의 상황이 아니라 우리가 한 기업 분석이 얼마나 정확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고 했다. 가치투자자들에게 있어 투자자는 기업의 가치를 사는 사람이고 투기꾼은 시장을 상대로 도박을 하는 사람이다. 그레이엄은 "투기는 불법도 아니고 비도덕적이지도 않지만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말했고 버핏도 이 말을 즐겨 인용했다.


이 책들은 사실 버핏의 투자기법이나 성공론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버핏이 평소에 '투자자 스스로의 판단'을 강조해왔던 것과 맞닿아 있다. 버핏은 평생 자신이 운영구조와 수익창출 방식을 알고 있는 기업에 투자했다. 잘 모르는 분야에서 높은 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이 책들이 전해주는 것은 결국 투자자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무엇인가. 버핏은 1998년 주총에서 투자 대상 종목을 압축하려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자신이 잘 이해하는 기업인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투자는 기업의 일부를 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찰리와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지만, 이들 탓에 밤잠을 설치지는 않습니다. 투자에서 제외하기 때문입니다."   이근형 기자 ghlee@



워런 버핏, 부의 기본 원칙 / 제레미 밀러 지음 / 이민주 옮김 / 북하우스 / 2만2000원










워런 버핏 라이브/ 대니얼 피켓, 코리 렌 지음 / 이건 옮김 / 에프엔미디어 / 2만8000원




이근형 기자 g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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