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오후 한 詩]새는 화분처럼 조잘거리고/변종태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점심시간 직전 수업 시간. 아이들에게 독서를 시킨다. 종잇장 넘기는 소리만 바스락, 책상도 의자도 입을 다물고, 난데없이 14번 아이의 의자 옹이에서 새가 운다. 누구야? 말하는 거?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다시 5번 아이 책상의 나이테에서 새, 소리가 들린다. 22번의 책 귀퉁이에서 새순이 돋는다. 29번 18번 9번…… 순식간에 천장까지 자란다. 7번 아이 의자의 등받이에서도 새가 운다. 이 녀석들, 진짜 혼나야 조용히 할래? 아무리 목청을 돋워도 새, 소리 그치질 않는다. 아이들은 그저 묵묵히 책장만 넘기고 있다. 유리창 밖에는 구름이 떠가고 교실에 심어진 아이들의 머리 위에서 새, 소리가 들린다. 조용히 해, 조용히 하란 말이야. 아무리 소리 질러도 교실은 새, 소리만 가득하다.


[오후 한 詩]새는 화분처럼 조잘거리고/변종태
AD
원본보기 아이콘

■"점심시간 직전 수업 시간"에 독서라니, 그 선생님 참 얄궂기도 하다. 시 바깥에서 구경하고 있는 나마저 좀이 쑤실 지경인데 시 안에 앉아 있는 아이들 마음이야 오죽할까. 만약 누구 하나라도 아하함 하품을 하면 금세 다들 까르르 웃다가 교실 밖으로 포르릉포르릉 날아갈 것만 같다. "조용히 해, 조용히 하란 말이야. 아무리 소리 질러도 교실은 새, 소리만 가득하다." 개학이다. 참새 같은 아이들이 종종종, 엄마 손을 잡고 학교엘 간다. 아니, 아직 잠 덜 깬 엄마들을 재우쳐 봄날 아침을 깨금발로 폴짝폴짝 앞장서 날아간다. 채상우 시인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