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피' 남극빙어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극지硏, 남극빙어 게놈 분석 통한 남극 어류 진화 기작 규명

남극빙어(Icefish)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극지연구소(소장 윤호일)는 피가 흰색인 '남극빙어(Icefish)의 게놈 분석을 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은 남극빙어에서 3만773개의 유전자를 확인했으며 이전에 게놈 분석을 마친 남극대구, 드래곤피쉬 등 다른 어류와의 비교 분석을 통해 차가운 바다에서 남극빙어가 살아남은 전략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활성산소를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 'NQO'가 남극빙어에서 33개로 증가하고 또 다른 활성산소 억제 유전자 'SOD3'는 남극어류 가운데 유일하게 남극빙어에서만 3배 늘어난 사실이 드러났다. 영하의 수온에도 남극의 어류가 얼지 않는 ' 결빙방지단백질'의 유전적 기원과 함께 어린 치어 때부터 극저온의 바다를 견뎌낼 수 있는 유전자가 남극빙어에 일반 어류보다 4배 이상 많다는 점도 새롭게 찾아냈다. 또한 낮이나 밤이 하루 종일 계속되는 백야와 극야를 오랜 기간 겪으면서 생체시계와 관련된 일부 유전자의 손실이 있었다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남극 바다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122종의 남극 고유 어종은 약 8000만 년 전 큰 가시고기에서 분리돼 진화해왔으며, 남극빙어는 가장 최근인 700만 년 전에 분화가 이뤄졌다.

박현 극지연구소 극지유전체사업단장은 "이번에 확인된 유전자 정보는 혈액질환과 저온치료 같은 의학적 연구는 물론 겨울철 한파로 인한 양식 어류의 폐사 예방 등 산업적으로도 활용가치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