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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라이프]숨은 '미터요금'을 찾아라?…AI시대의 미터기 소동

최종수정 2019.03.05 09:01 기사입력 2019.02.1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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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마포구 난지천공원 주차장에 마련된 택시 미터기 작업 공간에서 택시기사들이 미터기 조정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18일 서울 마포구 난지천공원 주차장에 마련된 택시 미터기 작업 공간에서 택시기사들이 미터기 조정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서울시 택시요금 인상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요금 인상이 가져온 '반작용'이라지만 이번에도 미터기가 문제네요.


서울시가 택시요금 인상을 결정한 건 지난해 11월입니다. 공식 발표는 이달 6일 이뤄졌습니다. 길게는 석 달, 짧게는 열흘가량 여유가 있었지만 시내 곳곳에서 벌어진 혼선은 2013년 10월, 앞선 택시요금 인상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바뀐 택시요금은 지난 16일 오전 4시 처음으로 반영됐습니다. 서울시의 일반 택시 기본요금은 3000원에서 3800원으로 올랐습니다. 또 심야는 3600원에서 4600원, 모범은 5000원에서 6500원으로 각각 인상됐죠.


18일 오전 4시면 만 이틀, 일수로는 사흘이 됩니다. 그런데 이때까지도 인상된 요금을 반영한 미터기를 장착한 택시는 단 80대에 불과했습니다. 주말인 16~17일은 정식으로 미터기 수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서울시내 미터기 판매수리업소 60개가 거점지역에 모여 교체작업을 하려면 대형 주차장이 필요한데 주말에는 이곳을 쓸 수 없습니다. 서울 월드컵공원, 중랑천 살곶이 체육공원, 남양주 별내, 과천 서울대공원 등의 주차장입니다.

그래서 정식 수리는 18일 오전 8시부터 이뤄졌습니다. 28일까지 마치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이 사이 혼란은 가중되는 모습입니다. 기본요금 800원(주간 일반 기준) 인상만 염두에 두고 택시를 잡아 탄 승객들은 내릴 때 다소 당황스러운 표정이었습니다. 예컨대 경기도 분당 신도시에서 택시를 이용해 출근한 한 회사원은 평소 2만6000원 안팎이던 요금이 이날 오전에는 3만원을 훌쩍 넘겼다고 불평했습니다. 미터기에는 2만6800원이 찍혔지만 택시기사가 차량 안에 비치된 요금 조견표를 보여주며 3만100원을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3300원 오른 요금이었습니다. 그는 "미터기에 인상 전 요금만 표시돼 있어 찜찜했다"고 말했습니다.


승객 뿐만이 아닙니다. "(정해진) 미터기 요금보다 왜 더 받느냐"는 탑승객의 항의를 들으며, 추가 금액을 단말기에 입력하느라 애를 먹은 택시기사들의 고생은 더했습니다. 이들은 더딘 손길로 요금을 미터기에 입력하다가 다시 불평을 들어야 했습니다.


더구나 기본요금 인상이 널리 홍보된 것과 달리 거리·시간 병산제 변경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주간의 경우 거리 요금은 10m 줄어든 132m마다 100원, 시간 요금은 4초가 줄어든 31초마다 100원을 부과하는 방식입니다. 서울시는 새로운 거리·시간 요금을 반영한 평균 인상률이 18.6%로, 기본요금 인상률 26.7%보다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실질 인상률은 작지 않아 보입니다. 서울시 다산콜센터에는 지난 이틀간 문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8일 서울 마포구 난지천공원 주차장에 마련된 택시 미터기 작업 공간에서 택시기사들이 수리가 끝난 미터기를 찾아가고 있다. / 강진형 기자aymsdream@

18일 서울 마포구 난지천공원 주차장에 마련된 택시 미터기 작업 공간에서 택시기사들이 수리가 끝난 미터기를 찾아가고 있다. / 강진형 기자aymsdream@



그런데 이런 혼란은 앞선 택시요금 인상이 이뤄진 5년4개월 전에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1970년대에도 택시요금을 조정할 때마다 택시기사들은 요금 조견표를 택시 안에 비치하는 게 관행이었다고 합니다. 1960년대 택시 기본요금이 30원이던 시절부터 변화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4차산업혁명'을 얘기하며 택시요금을 스마트폰으로 미리 예상할 수 있는 시대에도 행정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달 중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해 애플리케이션미터기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전자식 혹은 앱 미터기 도입이 원활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자동차관리법 제47조는 택시 미터기의 검증에 대해 깐깐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투명한 요금을 위한 절차였지만 지금은 버스·지하철 요금과 달리 택시미터기만 원격으로 조정되지 않으면서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아쉬운 건 이번 혼란이 예고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미터기 수리와 검정을 규정한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전자식이나 앱 미터기 도입이 요원했다면 미리 대안을 강구해야 했습니다. 서울시는 요금인상 전 미터기를 미리 수리하는 게 혼란을 더 키웠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적어도 인상 시점 만큼은 주말을 피했어야 합니다. 그랬다면 미터기 수리라도 원활하지 않았을까요.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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