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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의 On Stage]뮤지컬 스타 남경주…2년만의 연극 무대 복귀, 준비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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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알랭역 "말라 보여야 한다"…인터뷰 때도 칼로리 계산
"경계 가리지 않는 배우 되고파"…16일 예술의전당에서 개막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배우 남경주(55)씨는 잠깐 고민했다. 의자에 앉으며 "홍차"라고 했다가 이내 "잠깐" 하더니, "살 빼야 돼"라며 아메리카노로 바꿔 주문했다. 별 차이 없을 텐데.


그는 오는 16일 개막하는 연극 '대학살의 신'에서 변호사 알랭을 연기한다. 2017년에도 알랭을 연기했다. 2년 만의 복귀. 알랭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차가운 인물이다. 남경주씨는 "예민한 인물이기 때문에 말라보여야 한다"고 했다. 남경주가 아닌 알랭으로 보이기 위해 그는 홍차와 아메리카노의 칼로리를 계산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서는 연극 무대에 대한 목마름이었다. 30년 이상 정상을 지킨 뮤지컬 배우지만 그는 연극이 더 좋다고 했다.

-뮤지컬 배우 남경주가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왔다는 표현이 정확하지는 않은 것 같다.

"맞다.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외도도 아니다. '오랜만에 하는 연극'이 정확한 표현이다."


-연극을 하고 싶어 하는 열정은 계속 느껴졌다.

"연극을 하면 연기자로서의 연기관을 확인하고 다시 정립할 수 있다. 뮤지컬은 드라마적인 부분이 약하다. 드라마가 흘러가다 감정적으로 고조가 되는 부분에서 음악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뮤지컬 무대에서 채우지 못한 드라마적인 밀도에 대한 목마름을 채우는 무대가 연극이다."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황정민씨가 최근 인터뷰에서 영화보다 연극이 더 좋다고 하긴 했다.

"나도 뮤지컬보다 연극이 좋다. 연극 무대에서는 뮤지컬에서 느끼지 못하는 '연기하는 맛'을 훨씬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배우들이 한 인물을 구축해가는 느낌이 있어 연습 과정이 매우 즐겁다. 사실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는 내가 스스로 단 것과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뮤지컬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인터뷰할 때마다 뮤지컬 배우라고 써달라고 요청했다. 하나의 분야가 아닌 경계를 가리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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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 출연은 많지 않았다.

"공연 횟수로 따지면 네 번째, 작품 수로는 세 번째다. 2004년 '메이드 인 차이나', 2010년 '레인맨', 2017년 '대학살의 신'에 출연했다. 데뷔작인 '보이체크'를 포함하면 이번이 네 번째 작품, 다섯 번째 공연이 된다."

-연극으로 데뷔한 셈인데?

"1982년 서울예대 1학년 때 동랑 레퍼토리 극단에 막내 기수로 들어가서 교수님 추천으로 정기공연에 참가했다. 운이 좋았다. 병사2, 선술집에서 피아노 치는 사나이 등 1인 다역을 했다. 공연을 했다기보다는 정동환 선배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연습 과정을 지켜봤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대학교 1학년 때 공연에 참가한 것을 운이 좋았다고만 할 수는 없을 듯하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이미 교수님들을 알고 있었다. 까까머리 중학생 때 형(남경읍)을 따라다니며 대학생인 형의 친구들에게 기계체조를 가르쳐줬다. 그때 교수님들도 뵀다. 보이체크에서 마침 몸이 좋은 배우가 필요했는데 교수님이 제가 체조를 했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추천을 해주셨다."


-기계체조는 얼마나 했나?

"초등학교 1학년 때 경상북도 문경에서 서울로 전학 왔다. 동작구 흑석동에 있는 은로초등학교였다. 학교에 체조부가 있었는데 구르고, 공중에서 돌고 해서 너무 신기했다. 부모님 허락도 없이 선생님께 배우면 안 되겠냐고 했다. 사투리 때문에 당시 학교에서 놀림도 좀 받았는데 기계체조를 하면서 놀림 받았던 것을 이겨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7년간 했다. 키가 크면서 그만뒀다. 기계체조 운동이 키가 크면 불리하다. 지금도 그때 운동을 하며 다진 체력 덕을 보고 있다."

2017년 '대학살의 신' 공연 장면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2017년 '대학살의 신' 공연 장면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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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공연하는 대학살의 신이 2년 전과 출연 배우도 같고 연출까지 똑같다. 2년 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네 사람이 2년이라는 세월 동안 치열하게 살았다는 점이 다르다. 공연은 배우들의 치열한 삶이 그 인물에 반영돼 보이기 때문에 2년 전과 다른 연극이라고 할 수 있다. 송일국씨는 판사인 아내의 프랑스 연수를 따라가 육아를 도맡아 했다. 이지하씨의 경우 영화, 드라마에 계속 출연했고 특히 최근에 '미저리'에 출연하면서 힘들어했다. 최정원씨는 뮤지컬 '시카고', '마틸다'를 하면서 치열하게 살았다. 저도 워크숍과 공연을 하면서 살아왔다. 배우들이 치열한 삶을 살았으니 인물에 더 깊이 있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고 관객들에게도 더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김태훈 연출이 요구하는 부분은 어떤 점이 있나?

"인물을 유형화, 전형화하고 싶어 한다. 좀 더 신뢰를 줄 수 있도록 디테일한 부분을 요구한다. 2017년 첫 번째 공연 때 알랭이 변호사인데도 불구하고 감정적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여줬는데 변호사라는 인물에 적합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좀 더 이기적인 변호사로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맡은 배역 알랭이 차가운 인물이기 때문에 실제 성격과 좀 다른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연출도 내가 소리가 따뜻하고 행동도 젠틀한 부분이 맞지 않다고 얘기한다. 어릴 때 이름이 알려져 공인으로 살면서 행동을 조심하는 면이 있다. 나는 대화를 하다 전화를 받을 때면 상대에게 '죄송합니다'하고 양해를 구하지만 알랭은 그런 성격이 아니다. 상대를 신경 쓰지 않고 전화를 받고, 통화를 끝낸 뒤 '무슨 얘기까지 했죠?'라며 다시 대화를 자신에게 집중시킨다. 계속해서 저 자신을 빼고 알랭을 제 안에 집어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터뷰는 한 시간 정도 했다. 남경주씨는 인터뷰가 끝나자 다음 일정을 확인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마시던 아메리카노가 머그잔에 남았다. 3분의 1 정도.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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