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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베니스의 상인 속편, 3유로 입장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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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의 흥망'. 1989년에 발간한 이 역사서에서 저자 폴 케네디는 군사력과 생산성을 언급했다. 어느 왕조든 국가든 군사력을 비대하게 키우려 안달하는 순간, 내리막 비탈길에 들어선다는 얘기다. 동시에 1% 생산성 법칙도 날아든다. 게을러졌거나 오만해졌거나 간에 그 사회가 한시라도 정신줄을 놓게 되어 단 1%라도 주춤할라치면 곧바로 국제 무대에서 탈락이란다.


2019년 지금, 입춘 즈음에 이탈리아가 이러한 흥망 신호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한국 사람들이 찾아 먹어야 할 세기의 기회를 손짓하며 가리켜주는 듯하다. 발단은 베니스가 촉발한 여행세. 이탈리아 베네치아시는 베니스를 찾는 관광객에게 오는 5월부터 1인당 3유로(약 3800원) 입장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의회는 지난해 12월 관련 법을 통과시켰다. 베니스는 향후 입장료를 10유로(약 1만2800원)까지 올린다는 계획이다. 해당 입장료는 당일치기 여행객만을 대상으로 하고 시내 호텔 투숙객은 면제다.

하루 8만여명, 한 해 2000만여명 관광객이 베니스를 찾는다니 어림잡아 초기에만 800억원, 10유로까지 오르면 2500억여원의 연 매출이 굴뚝 없는 관광산업으로 빨려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베니스 인구가 30만명을 정점으로 줄고 줄어 현재 6만명이라고 하니 시민 한 사람당 1년에 400만원 정도씩은 추가 용돈 수입이 생겨나는 꼴이다.


원래 진작부터 베니스는 도시 진입세, 현지 50%대 세금, 인근 도시 4~5배쯤 뛰는 비싼 물가로 유명한 곳이니 이번 입장료 신설은 방문객으로서는 그야말로 대략 난감한 수준이다. 이탈리아 내부에서조차 백해무익한 조치라고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랴. 베니스의 상인들은 결국 비대한 군사력에 해당하는 경제 자원 하드 파워 갑질이라는 벌집을 건드리고야 말았다. 얼씨구나 하고 일본 공항들도, 인도네시아 발리도 오버투어리즘 잡는 여행세 도입에 동조하고 나섰다.


관광객 급증하며 물 들어올 때 잽싸게 노저어 놓아야만 하방경직에 묶인 가격을 오래 오래 끌고갈 수 있다는 심산이다. 부동의 업계 리더 베니스가 그리 하니 너도 나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는 딱 좋은 핑계를 맞았다.


베니스가 입장료 3유로를 획책한 것은 곧 군사력 증강을 종용해온 제국 열강의 마인드 그 변종이다. 경제력, 특히 금융자본으로 우뚝 서고 보자는 하드 파워 맹종이자 상업 지상주의의 망령이기도 하다. 그러니 '강대국의 흥망'에서 지적한대로 1% 생산성 감퇴가 어느덧 복병처럼 엄습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3유로 더 내가며 1% 이상을 얹어주어도 되려 더 못해지고 깎여 저렴한 서비스 품질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부쩍 자라나는 건 왜일까?


화장실 부족하고, 관광업 종사자들 응대 불친절하고, 엘리베이터는 턱도 없이 적고 좁으며 호텔 샤워룸마다 낙후한 아탈리아표 일상 인프라는 단박에 나아질 리가 없다.


베니스의 경우는 도시 침하를 막아내는 토목 사업에 수조 원을 들이면 들였지 한국어 홍보물 한 종 만들기에는 영 인색한 당사자들이다. 이 황홀한 경쟁력 현 좌표가 십중팔구 나아지기는커녕 역행할지 모른다는 슬픈 예감이 자라나고만 있는 안타까운 마음이다.


셰익스피어가 환생해 보았다면 어떻게 비꼬았을까 싶다. 인육판정으로까지 몰고간 샤일록에게 채무자 안토니오 살점 1파운드를 피 한 방울 흘리지 말라고 했듯이 한마디 통렬하게 풍자해주지 않을까?


아마도 이렇게. "그럽시다. 베니스 들어 갈 때 3유로 입장료는 기꺼이 내겠소. 단 한국 T머니나 삼성페이, 카카오뱅크로만 받아가셔야만 하오…."


이런 스마트한 '베니스의 상인 속편, 3유로 입장료' 교훈이 나와주어야만 일방적이고 권위주의에 젖은 구닥다리 여행세가 참패하지 않고 그나마 세계 시민들 인상을 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제 아무리 베니스라도 비대한 군사력 강제 증강 마인드와 1% 생산성 법칙 소용돌이에 빠져 스스로를 결박하려할 때 누군가 도움이 필요하다. 이미 강대국의 흥망을 겪어본 베니스가 어줍잖은 3유로 테마파크 놀이에 빠져 또다시 추락하지 말고 한국 한상과 같은 협력자와 떠억하니 손잡기를 바란다.


스마트시티로 재창조하고 디지털 뮤지엄, 5G 엔터테인먼트 투어 서비스로 확장하는 과업을 한국 기업들과 수행한다면 세계적인 윈윈이 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여…. 득달같이 이탈리아 정부, 베네치아시 관계자들과 만나 탐색에 나서길 권한다. 냉큼 가서 3 유로에 이미지 구길 베니스가 아니라면 한국 제품, 서비스, 스마트 콘텐츠로 한 번 멋진 부흥을 꾀해보질 않겠느냐고 설득해보시라.


베니스라도 두드려야 문화경제 르네상스를 이루어낼 수 있다. 개성상인 후손들과 글로벌 교민이 주축인 한상들이 뷰티, 게임까지 망라한 서비스 패키지로 베니스 르네상스를 연출하는 행복한 꿈을 꾸어본다.


심상민 성신여자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한국문화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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