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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적자원에 대한 개방성과 혁신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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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국 대선은 수많은 언론사와 여론조사 기관을 패닉에 빠뜨렸던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대부분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당선을 낙관했고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승리를 예상한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예측 실패의 원인은 이제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샤이 트럼프(Shy Trump Voters)'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샤이 트럼프 중 다수는 저소득의 백인 유권자로 분석됐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이유 중 하나는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 보호를 위해 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강경한 정책을 공개적으로 예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해 발표된 미국정책재단(National Foundation for American Policy)의 보고서에 따르면 약 1조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미국 내 스타트업이 총 87개에 달하며 이 중 절반이 넘는 44개 기업이 이민자에 의해 창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민자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고용을 창출한 것이다. "이민자들이 백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세금만 축낸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특정 유권자 층을 결속시키기에 충분한 정치적 수사였을지는 모르나, 객관적 사실과는 부합하지 않는 셈이다.

다른 주요 국가와 비교할 때 미국은 사회 곳곳에 다양한 출신의 인재를 중용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 국가 경쟁력은 이러한 인적 자원에 대한 개방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구성원의 출신 국가가 다양할수록 혁신이 활발히 일어난다는, 즉 국적의 다양성과 혁신의 상관 관계를 증명한 연구도 존재한다. 인적 자원에 대한 개방성은 국내 고용 창출과 소비 진작에 긍정적 파급 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며, 우수한 해외 인재를 통해 다양한 전문 지식과 기술의 축적, 공유와 확산 등 유ㆍ무형의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 한다. 바꿔 말하면 외국인에게 폐쇄적인 국가일수록 다양한 분야에 경쟁력 있는 기업의 탄생과 기술 혁신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외국에서 생활하거나 여행을 하다가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경험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어떠한 상황이건 국적과 인종에 의해 차별당한다는 것은 분명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어떠한가? 온라인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여전히 다양한 이유로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주변국이나 특정 인종에 대한 반감이 일부 존재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단일 민족 고유의 특질과 더불어 역사적으로 외세의 침범과 수탈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외국인에 대한 정서가 개방적이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외부 인재의 영입과 육성 차원에서 국가적 순혈주의와 폐쇄성은 학계부터 민간 기업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 국내 대학과 연구 기관의 외국인 교수, 외국인 연구자의 비중은 선진국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이며, 기업의 중요한 위치에 외국인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계와 행정부에는 외국인 출신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은 국토 안에서 출신 지역을 두고도 상호 배타성이 강한데 출신 국적부터 다른 이방인은 진입 단계에서 배제되기 마련이다.


우수한 역량을 갖춘 한국 청년들이 해외로 유학, 취업하면서 발생하는 인재의 국외 유출이 사회적 이슈가 된 바 있다. 그러나 과학 기술 분야에 유능한 해외 인재를 개방적으로 중용해 국가 경제의 발전과 기술의 진보에 기여하게끔 지원하는 제도적ㆍ사회적 논의는 아직 많지 않다. 떠나는 인재를 붙잡으려 할 것만이 아니라 해외의 우수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활용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탁월한 아이디어와 선도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있더라도 한국인만으로 구성된 조직에서 글로벌시장을 지향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성공시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다양한 출신의 인적 자원을 영입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불편과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나, 유능한 인재들이 연구와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인하고 정착시키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적 자원에 대한 개방성은 시장을 활성화시킬 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출신이 다양한 조직일수록 궁극적으로 혁신을 촉진하고 지식과 기술의 발전을 가속화하는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정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빅데이터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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