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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컴퓨터그래픽의 눈부신 진화…클로즈업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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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 '알리타: 배틀 엔젤'

[이종길의 영화읽기]컴퓨터그래픽의 눈부신 진화…클로즈업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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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잭슨(58) 감독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제작하면서 골룸에 가장 공들였다. 반지원정대를 모르도르로 안내하는 호기심 많은 괴물. 절대반지를 손에 넣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본다.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은 250여 가지 표정으로 나타난다. 앤디 서키스(55)의 연기를 반영해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모션 캡처'다. 움직임이 많은 부위에 반응성 마커를 부착하고 연기를 기록한 뒤 컴퓨터그래픽(CG)을 입힌다. 생기를 부여받은 골룸은 흉측하지 않다. 어린아이 같이 순진무구한 얼굴로 웃음을 자아내는가 하면, 간사한 목소리로 참소하며 본색을 숨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돌발성 행동으로 관객을 여러 번 들었다 놓는다.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 발달이 제공한 즐거움이다.


제임스 카메룬(65) 감독은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2003년)' 속 골룸을 관찰하면서 1995년에 작성한 시나리오를 영화화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역대 최고 흥행작 '아바타(2009년)'다. 모션 캡처에서 진일보한 '이모션 캡처'를 적용했다. 배우의 감정 표현까지 CG로 재현하는 기술이다. 동공 변화나 눈썹 떨림은 물론 햇빛에 노출된 배우의 실핏줄까지 카메라로 잡아낸다. 진일보 덕에 아바타 속 나비족은 푸른 하늘을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인간과 외양이 달라도 땀과 모공까지 재현돼 배우가 연기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사진제공: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사진제공: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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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0년 뒤 등장한 '알리타: 배틀 엔젤'은 CG 기술이 얼마나 눈부시게 발전했는지를 실감케 한다. 가상의 캐릭터인 알리타가 배우를 촬영한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표정과 몸짓은 물론, 피부 모공과 솜털, 머리카락 한 올까지 생생하게 묘사했다. 밑바탕은 배우 로사 살라자르(34)의 연기. 이모션 캡처의 한계를 극복한 '퍼포먼스 캡처(배우가 착용한 슈트에 있는 반응성 마커와 둘러싼 적외선 카메라로 얼굴과 몸의 움직임을 동시에 포착하는 기술)'로 근육 움직임과 표정 등을 CG로 구현했다. 작업을 담당한 웨타디지털의 김기범 감독은 "CG 캐릭터가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끄는 경우는 드물다. 무엇보다 배역을 실제처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알리타: 배틀 엔젤은 퍼포먼스 캡처가 없었다면 제작이 불가능했다. 키시로 유키토(52)의 만화 '총몽'이 원작이다. 고철 더미 속에서 모든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난 사이보그 알리타의 모험을 조명한다. 알리타는 고철도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에 연루되면서 자신이 300년 전 자취를 감춘 첨단기술의 결정체이자 고도로 훈련된 사이보그 전사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면모는 단순히 강하게만 묘사되지 않는다.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한 연약함을 동시에 지녔다. 고철도시에서 생활하면서 다양한 감정으로 발전한다. 가령 그녀는 사이보그 전문 의사 다이슨 이도(크리스토프 왈츠)를 의심하다가 아버지로 생각한다. 사이보그 부품을 거래하는 소년 휴고(키언 존슨)에게서 사랑과 헌신도 체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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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된 감정은 클로즈업 샷으로 자주 나타난다. CG의 높은 품질을 자신해서 가능한 구성이다. 김 감독은 "눈을 크게 키우면서도 균형 잡힌 표정을 만들기 위해 안면 뼈대, 근육 움직임, 홍채의 섬유질까지 해부학적 구조를 파악해 반영했다"면서 "골룸과 비교하면 눈의 구성요소만 320배가량 늘었다"고 했다. 웨타디지털은 세계 최초로 머리카락을 한 가닥씩 시뮬레이션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는 중심이 되는 머리카락을 움직여 주변 머리카락이 따라 움직이게 한다. 김 감독은 "알리타를 담당하는 스태프만 120명이었다. CG도 2000컷이 넘었다"며 "살라자르가 상상에 의존하지 않고 실제와 똑같은 환경에서 감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복잡한 내면을 가진 디지털 형상으로 골룸이 꼽히던 시대는 오래 전에 지나갔다. 기술의 날개를 단 판타지는 지금도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다. 그럴수록 인간의 상상력은 절실해진다. 새로운 이야기를 어떤 패러다임으로 펼치느냐의 경쟁. 결국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들의 몫이다. 누가 더 뛰어난 상상력을 발휘하느냐에 미래 영화시장의 주도권이 달렸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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