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한진칼 경영참여 결론 촉구
책임투자 분과위원 5인 배제된
수탁위 의사결정 구조에도 의문 제기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이 2019년 제2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 회의를 하루 앞둔 31일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의 지주사격인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 결론을 낼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KOSIF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수탁자책임전문위(수탁위·기금위의 수탁자책임 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자문하는 기구)의 결론은 국민연금이 장기투자가라는 점 망각한 것으로 코드 도입 영향력이 무력화되고 도입 취지도 희석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10%룰'에 따른단기매매차익에만 집착하면 국민연금이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모든 기업에 앞으로도 경영참여형 주주권행사를 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154조에 적힌 '경영참여'엔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의 변경 ▲회사의 합병·분할과 분할합병 ▲회사의 해산 ▲회사의 배당의 결정 등 내용이 담겨있다.
KOSIF는 수탁위 주주권 행사 의사결정에 책임투자 분과위원도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고려하는 책임투자와 주주권 활동이 별개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23일과 29일 두 차례 진행된 수탁위 회의에선 박상수 위원장을 포함한 주주권 행사 분과 위원 9인만 참석했다. 이재혁 고려대 교수,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이상민 서강대 교수, 양춘승 KOSIF 상임이사, 김종대 인하대 교수 등도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KOSIF의 주장이다.
KOSIF는 "지난 23일 제1차 수탁위 논의 결과 위원 9명 중 대한항공은 7명이, 한진칼은 5명이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반대하는 결론을 내렸는데, KOSIF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국민연금이 기본적으로 자본시장에서 유니버셜 오너(universial owner)격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장기투자가라는 점을 망각한 근시안적이고 단기적 관점에서 도출된 결과물로, 국민연금의 코드 영향력을 무력화하고 코드 도입 근본 취지마저 희석시킬 수 있따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지분 11.56%를 갖고 있느 대한항공의 경우 10%룰에 따른 6개월 내 단기매매차익 반환 이슈를 의식해 결론을 못 냈는데, 6개월간 매매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고 KOSIF는 꼬집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10% 이상 보유기업은 97개나 된다.
KOSIF는 29일 2차 회의에서 한진그룹 측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의 비공개대화를 통해 대한항공·한진칼에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부통제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점도 아쉽다는 시각을 나타냈다.
KOSIF는 "한국 기업문화 풍토에서 컴플라이언스는 오너를 제외한 직원들에게만 적용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사실에 비뤄보면 이 같은 대책은 진정성이 없다"며 "한진그룹 측이 국민연금에 먼저 사외이사 또는 감사위원(감사) 후보를 추천해 달라고 먼저 요청했어야 하는데, 위기를 모면하고자 할 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KOSIF는 수탁위의 이 같은 결정이 자칫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기업들에 대한 무기력한 코드 적용으로 이어져 기업들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이 애초 의도했던 코드 적용을 통한 장기적인 기업가치 향상과 기금의 장기적인 수익률 확보에도 적신호라는 시각이다.
KOSIF는 수탁위의 의사결정 방식 등도 비판했다. 수탁자 책임 활동과 관련한 의사결정 권한을 주주권행사 분과위원 9인만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들엇다. 책임투자 분과위원은 의사결정에서 완전히 빠져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KOSIF는 "책임투자는 ESG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주주권 행사와 별개의 사안이 아닌 데다, 대한항공 건은 당초 갑질이란 ESG 문제에 의해 촉발된 사안"이라며 "전문성은 살리되 주주권 행사 결정 과정에도 참여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ESG에 대한 원칙과 기준, 지침과 가이드라인 등을 포함한 사회책임투자 로드맵을 마련해 조속히 발표하고, 이를 기업관여 등 주주권 행사에 철저히 통합시키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KOSIF는 금융위원회에도 국민연금이 장기투자가라는 사실과 국민의 보험료로 운용되는 공공성이 매우 높은 연금이라는 점을 고려해 '5%룰'에 대한 즉각적인 완화와 '10%룰'에 대한 합리적인 완화 방안을 마련해 주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5%룰은 투자가가 5% 이상 지분을 가진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꾸면 지분이 1%만 바뀌어도 즉시 공시해야 하는 규정이다. 투자가의 매매전략과 투자 패턴이 시장에 공개돼 추종 매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야망 없고 열심히 일 안해" 2200조 주무르는 거물...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