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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경기 르포]中 보따리상만 넘쳐나는 면세점…'어린아이' 동원해 새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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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궁 빠지면 한산…"중국인 단체 관광객 아직 안 돌아와 예전같지 않아"

[설 경기 르포]中 보따리상만 넘쳐나는 면세점…'어린아이' 동원해 새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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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아이 표(입장권) 없어요, 아이 잡아주세요!"


27일 오전 9시 시내의 한 대형 면세점. 면세점 여직원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영하 6도의 차가운 공기를 찢었다. 지목된 중국인 소년의 나이는 8살 남짓. 아이는 줄 안으로 비집고 들어오려다가 남성 직원에게 제지당하면서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줄 밖으로 밀려나면서도 이런 사태가 익숙하다는 듯, 눈치를 보며 또 다시 줄 안으로 들어올 기회를 노렸다. 여직원은 다시금 남자 직원들에게 '아이를 잡아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면세점 앞에는 800명에 가까운 중국인 관광객이 개점 시간 전부터 줄을 서고 있었다. 대부분이 '다이궁'으로도 불리는 보따리상들이다. 영하 6~10도의 추운 날에도 적게는 한 시간, 많게는 새벽부터 기다린 이들도 부지기수다. 점포에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익스프레스 입장권 소지자들은 350명 정도, 그 뒤에 서 있는 대기자들도 400명을 훌쩍 넘겼다.


다이궁들이 아침 시간에 줄을 서는 건 '팔 만한 물건' 확보를 위해서다. 과거 면세점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요우커들은 본인이 사고 싶은 것을 다양하게 샀지만, 요즘은 선물용으로 중국에서 인기있는 제품을 다이궁들이 휩쓸어 간다. 그러다 보니 한 사람이 물량을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각 명품 브랜드는 자체적으로 인(人)당 판매수량 제한을 뒀다. 어린아이까지 동원해 머릿수를 늘리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면세점 개점시간이 되자 순차적으로 입장이 시작됐다. 직원의 도움을 받아 12층으로 올라가자, 선물용으로 인기가 많은 디올과 입생로랑 등의 화장품 매장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다이궁들은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하고 현지에서 보내 오는 주문수량을 확인하며 이 가게 저 가게를 오갔다. 입국장 인도가 가능한 후·설화수 등의 한국산 화장품을 면세점 백 가득 채워 양 손에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다이궁들도 눈에 띄었다.

중국 전자상거래법 개정 이후 다이궁들이 주춤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적어도 이날 현장에서는 개정 여파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면세점 관계자는 "연초에는 다소 주춤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중국 설인 춘절이 앞당겨지면서 선물 물량을 확보하려는 다이궁들이 몰렸다"며 "2월 발렌타인 데이 선물 수요까지 있어 2월까지 매출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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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면세점 앞 줄을 볼 수 있는 것은 이 때뿐이다. 오후가 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중국을 포함해 각국의 일반 관광객들이 면세점을 찾는데, 이들은 다이궁과 달리 물건을 쓸어담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지인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한국산 마스크팩 등을 한 보따리씩 사들고 가는 이들이 많았다면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강북에 있는 다른 면세점 두 곳을 추가적으로 오후에 둘러봤지만 사정은 비슷했다. 오전에 몰린 다이궁들이 빠진 후라 일부 인기 매장을 제외하고는 줄을 서거나 고객이 몰리는 매장은 없었다. 또 부피가 작은 화장품 매장에는 비교적 사람이 몰렸지만, 핸드백이나 시계 브랜드 매장은 한산했다. 면세점 관계자는 "단체 관광객들이 아직 오지 않다 보니 오전에는 다이궁이 반짝 몰리지만, 오후에는 비교적 한산한 편"이라며 "과거 요우커들이 몰려와 면세점을 빽빽히 메웠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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