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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화의 Aging스토리]치매 극복하기-②환자아닌 동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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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환자도 인간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환자가 아닌 한 사람의 인격체로 대해야 합니다. [그림=서울광역치매센터]

치매환자도 인간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환자가 아닌 한 사람의 인격체로 대해야 합니다. [그림=서울광역치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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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지금 우리는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환자인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치매환자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합니다. 치매환자 본인도 고통스럽겠지만 환자 본인보다 가족들이 더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집안에 치매환자가 있으면 온 가족에게 비상이 걸립니다. 그것도 항상.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가족 중 누군가는 하루종일 환자의 곁을 지켜야 하지요. 간병하는 입장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으면서 힘들어지고 '우리 가족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부정적인 생각과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치매환자는 보통 증상이 악화될수록 짜증과 의심, 의존하는 행동이 더 심해집니다. 그럴수록 간병인의 고통은 더 심각한 상태로 커져갑니다. 그래서 가족들은 요양원이나 전문병원 등 전문시설로 환자를 보내려고 합니다. 전문 간병인들에게 맡기려는 것이지요.

이럴 경우 치매환자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외로움이라고 합니다. 환자 스스로 본인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족과 떨어지는 것이지요. 외로움은 흡연만큼 그리고 비만의 두 배만큼 인간의 목숨을 위협한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외로움의 감정이 증폭되는데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는 것은 엄청난 고통인 것입니다.
이런 경우 간병인에 대한 태도가 공격적으로 변한다고 합니다. 전문 간병인들도 힘겨워 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합니다. 치매환자 간병은 매우 힘든 일인데 가족 간병인이거나 남자 간병인일 경우는 더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합니다.

환자의 짜증과 의심은 간병인마저 공격적으로 변하게 합니다. 일본에서는 간병살인이 400여건을 넘어섰는데 그 중 남자 간병인에 의한 살인이 75% 이상이라고 합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아내나 며느리가 간병하는 경우가 많아 간병살인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일본의 경우가 반면교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간병인이 치매환자를 돌볼 때는 무의식적으로 '번거롭고 바쁘니까', '넘어져 위험하니까' 등의 이유로 환자의 감정을 무시하고 감각이나 근육을 못쓰게 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를 전문용어로 '강제적 케어'라고 합니다.

이 강제적 케어를 지양하고, 인간의 감각과 감정, 언어에 의한 포괄적 케어기업이 '유마니튜드(humanitude, humanity)'입니다. 1979년 프랑스 체육교사인 이브 제네스트와 로젯 마레스코티가 개발한 케어기법입니다.

유마니튜드는 인간으로서 최후까지 간직하고 있는 감정, 근육, 감각 등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 강화시켜 치매를 치유하려는 접근 방법입니다. 간병인이 사람이 갖고 있는 힘을 빼앗는 존재가 되어 가고 있는 현실을 바꾸겠다는 것이지요. 그것이 바로 사람의 인권과 자유를 지켜 치매환자가 포지티브한 자세로 병을 치료하게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유마니튜더로 간병했을 때 공격적이던 환자가 케어를 받아들이게 되고, 말을 하지 않았던 환자도 다시 말하게 되었으며, 침대에만 누워있던 환자도 일어나 걷게 됐다는 등의 사례들이 다수 보고됐다고 합니다.
호헤베이 치매마을 주민들이 공용공간에서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hogeweyk.dementiavillage.com]

호헤베이 치매마을 주민들이 공용공간에서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hogeweyk.dementiavill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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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북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 호헤베이에는 세계 최초 치매인 공동체 '호헤베이 치매마을(Hogeweyk Dementia Village)'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마을은 건물 하나가 아닌 마을 전체가 치매인들을 위해 지어졌습니다.

치매마을 관리자들은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가 아닌 '거주인'으로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이곳 관리자들은 치매인들을 '치료한다'는 개념이 아닌 '활동을 돕는다'는 개념을 사용하고,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한집에 살도록 배치합니다.

관리자들과 요양관리사들을 제외한 150명의 주민들은 총 25가구에 나눠 살아가는데 6명이 한 가구에 거주하고, 1인 1실을 원칙으로 1명의 간병인이자 도우미인 요양관리사가 함께 살아가게 됩니다. 어쩌면 남은 생을 함께해야 할지도 모르는 동거인들은 서로 환자가 아닌 동료로 인정하면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독일이나 스위스 등의 나라에서는 호헤베이 마을을 모델로 한 치매전문 공동체 마을이 생겨났고, 미국도 이를 벤치마킹한 치매마을과 엇비슷한 시니어 공동체가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요양시설아니 병원 등의 간병인으로 60~70대의 시니어들이 환영받는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간병직 분야는 업무 강도에 비해 임금이 낮다는 이유로 이직률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열악한 상황의 간병 업계가 시니어 인력 활용으로 되살아 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다음은 내 차례'라는 동병상련의 아픔 때문일까요? 시니어 간병인들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고 합니다. 한 인간으로, 친구로, 동료로 대할 경우에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진다는 말입니다. 결국 좋은 시설보다 더 필요한 것은 따뜻한 마음이라는 것이지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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