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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선무당이 올드타운 잡는다

최종수정 2019.01.22 11:15 기사입력 2019.01.2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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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선무당이 올드타운 잡는다
한국의 구도심은 결코 서구의 올드 타운과 같을 순 없나? 영국 도시 셰필드 문화지구같이 명소로 화려하게 변신한 멋진 올드 타운이 목포나 군산, 통영 같은 지방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대체 뭐가 문제라서 우리 구도심 개발 계획들은 여태 헤매고 있는가?

맥 빠지는 물음이 꼬리를 무는 한 주간이었다. 국회의원 정치인 한 분을 끝까지 판다며 기세를 올린 언론 탐사 꽹과리 소리 덕분에 구도심 문화재생 사업 자체가 큰 관심을 끌긴 했다. 그래서 이 난타전이 고맙다. 문화재생 사업 본질과 문화영향평가와 같은 기법을 다뤄볼 절호의 기회가 반갑기 그지없다.
이런 유명한 말이 나돌 정도였으니까. 모든 도시의 중구는 지금 사라지고 있다. 서울 중구, 부산 중구, 대전 중구…. 한복판, 도시 중앙이라고 이름값 하던 위세는 어디 가고 남느니 낡은 지하상가며 안경점으로 변모해버린 등록문화재 건물, 가까스로 공공시설로 편입됐으되 이용률 제로에 가까운 사적지만 덩그러니 남아들 있다.

서울 중구 충무로는 이미 한국 영화사의 삼엽충, 암모나이트 화석이 돼버렸다. 올해가 한국 영화 탄생 100주년이 되는데 우리의 충무로가 과연 제 기능을 해줄지도 걱정이다. 부산 중구도 참 안쓰럽다.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보수동 헌책방 골목이 명맥을 유지한다지만 그 시절 광복동, 남포동, 중앙동의 온기와 활기는 반의 반 토막도 안 남아 있다.

대전은? 대전역에서 내려 지척이던 충남도청이 빠져나간 이후 그만 인적이 드물 지경에 이르렀다. 대흥동 성당과 길 건너 한국의 3대 빵집 성심당만이 파수꾼이 돼 휑한 중구를 지키고 있다. 1937년 조선식산은행 대전 지점으로 건립된 등록문화재가 아이돌을 광고 모델로 내세운 큼직한 다비치 안경점으로 넘어간 기이한 풍경을 자아낸 곳도 바로 이 대전 중구다.
마구 무너져 쇠퇴한 각 도시의 중구나 동구, 서구 구도심 저 건너편에는 어김없이 신도시가 팽창 중이다. 대도시뿐만 아니라 목포, 군산, 통영과 같은 중소도시에서도 예외 없이 구도심은 꺼지고 신도시 아파트 밀집 지역은 미니 강남이 돼 용틀임을 하고 있다. 그러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도시 재생, 도심 재활성화, 문화재생 사업을 채근할 수밖에. 이번 목포 시내 구도심 문화재 거리며 적산가옥 창성장 같은 뉴스 메이커들도 바로 이 도심 문화재생 차원에서 찬찬히 봐야 할 사안이다.

일단 이번 논란에서 그분 정치인의 행적이 투자인지 투기인지, 문화재 보호와 육성인지 문화재 모독인지는 사실 단칼에 판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더 이상 유보할 수 없는 것은 문화재생, 도심 재활성화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고유 가치 판단이다. 우리 손으로 꼭 되살리고 키워야 할 실질적인 가치가 있는 대상인지를 꿰뚫는 객관적 기준과 근거를 마련하고서야 비로소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을 터다.

다시 말해 어느 공직자가 문화재 보유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이 무리수였다면 그가 곧 올드 타운을 망치는 선무당이다. 그게 아니라 문화재 수호 의인을 콕 찍어 작심하고 누명을 씌워버린 것이라면 그 언론이 선무당이 되고야 만다. 이렇게 지엄한 두 갈래 길 위에서 자칫 정치적 견해나 단편적 정보만으로 누굴 두둔하다가는 그들 제3의 구경꾼, 심판관이 올드 타운 해치는 선무당이 될 수밖에 없다.

목포 구도심 문화재 거리를 좀먹는 선무당이 과연 누구인지를 식별하는 가장 유용한 기법이 하나 있기는 하다. 문화영향평가를 들여오면 된다. 문화기본법에도 명시돼 지표로 개발된 이 개념은 문화기본권, 문화정체성, 문화발전이라는 3가지 요소를 안고 있다. 목포 원주민 관점에서 본다면 문화적으로 도심이 재생돼 첫째로는 향유하고 참여하고 표현하는 수준이 올라가는지, 둘째로는 문화유산을 지켜내고 활용해 좋은 영향을 얻게 되는지, 셋째로는 문화적ㆍ경제적 역량이 축적돼 지역이 발전하는지 등으로 판별할 수 있다.

결국 사회적 품질이 관건이라는 얘기다. 그 문화재 거리에 정부 지원 500억원을 들였을 때 명확한 영향이 나타나겠는지를 곱씹어봐야 한다. 민간까지 투자를 거들었을 때 정녕 교토학(學)도 울고 갈 목포학(學) 수준의 깊이와 울림이 나오겠는가를 꾸준히 탐구해내야 옳다. 환경영향평가를 해봤듯이 아주 센 문화영향평가를 이참에 적용해놔야 유럽, 일본보다 나은 우리 것, K올드타운을 제대로 누려볼 수 있다.

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한국문화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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