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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중국, 위기는 시작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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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또 다른 위기의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2019년 전미(全美)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참석자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이다. 단순한 경제 성과보다 중국 그 자체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지난달 50을 밑돈 49.4를 기록하니 중국발 불황의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또 있다. 미ㆍ중 무역전쟁의 와중에 연례행사처럼 중국의 부채에 대한 우려도 다시 나오고 있다. 정말 위기는 시작된 것인가.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떨어진 것은 맞다. 후진타오 시절 10%가 넘는 성장률이 6%대로 줄어들고, 2018년 3분기는 6.5%라는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하지만 후진타오 시대와 비교해 경제 규모가 8배 이상 커진 상태에서 지속적 고도성장은 불가능하다. 중국이 2017년 이후 기업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성장을 희생한 것이라면 6% 미만의 성장도 양호하다. 문제는 노동과 자본의 단순한 투입과 기술개발보다는 기술모방에 의한 양적 성장이 더 이상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부채 규모 역시 작지 않다. 총부채는 총 35조달러, 국내총생산(GDP)의 261%(2018년 3월 기준)에 이른다. 300%가 넘는 일본, 프랑스보다 낮은데 왜 중국만 문제인가. 비금융기업의 부채, 그리고 회사채의 부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13조8000억달러(GDP 대비 149%)에 불과하던 것이 2018년에는 22조1000억달러(164%)로 늘었다. 하지만 회사채가 자금 조달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미만이고 회사채 부도는 2017년 49건에 불과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 차라리 공식적 부채 규모에 잡히지 않는 그림자 금융, 특히 지방정부융자플랫폼(LGFV)이 문제다. 이것은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지방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위해 빌린 돈이다. 만약, 중국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그 출발은 20조위안을 웃도는 그림자 금융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중국의 양호한 재정상태(GDP의 47%인 정부부채ㆍGDP의 16%인 대외채무ㆍ3조달러의 외화보유액)를 생각할 때 중국의 부채가 세계적 재앙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아직'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그림자 금융으로 대표되는 낙후된 금융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미래를 장기적으로 낙관할 수 없다.

그러니 지금 중국발(發) 불황이니, 위기니 하는 것은 단순한 사실을 벗어난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중국이 지금까지의 양의 경제에서 질의 경제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중국은 위기의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이것을 피하기 위해 중국은 질의 경제로 가는 산업구조의 재편, 금융의 선진화, 독자적 기술개발을 이룰 수 있을까. 어렵지 않다. 중국이 '중국제조 2025'의 방향과 전략, 그리고 시기를 조금 바꾸기만 하면 된다. 시장을 걸어 잠그고, 기술을 베끼고, 제품을 모방하고, 물량으로 퍼붓는 형태를 지양하고 완성의 시기를 5년 정도 늦추면 된다. 중국 제조, 중국 창조, 중국 건조의 목표를 조금 수정하기만 하면 된다. 역설적이지만 미ㆍ중 무역전쟁은 중국이 이 길로 가기 위한 방편이 될 수 있다. 못 이기는 척 바꾸면 되지 않은가. 창어 4호가 달 뒤편에 착륙하고 바이두라는 중국발 GPS를 출범시킨 것으로 중국이 기술대국의 길로 들어선 것은 아니다. 나비 한두 마리가 봄을 약속하지는 않는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 신년사에서 말한 '백 년에 한 번 찾아올 큰 변혁의 시기'에 중국은 위기의 시작이 아닌 기회의 시작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김기홍 부산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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