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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통제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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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 건설부동산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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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심리학자 엘렌 랑거는 A그룹과 B그룹으로 나눠 '로또 실험'을 했다. A그룹에는 번호를 스스로 선택해 1달러어치 로또를 구입하게 했고, B그룹에는 기계가 자동으로 선택한 로또를 사도록 했다. 잠시 후 실험 참가자들에게 로또를 사고 싶어 하는 다른 그룹에 1달러에 산 로또를 되팔 의사가 있는지, 팔면 얼마에 팔고 싶은지 적어달라고 주문했다.

실험 결과 기계가 번호를 자동으로 선택한 로또를 구입한 B그룹의 10명 중 2명이 되팔 생각이 없다고 답했지만 A그룹은 10명 중 4명이 이를 거부했다. 여기에 되팔기로 한 B그룹 실험자들은 1달러에 구입한 로또를 약 2달러에, A그룹 사람들은 산 가격의 9배인 약 9달러에 팔기를 희망했다.
두 실험그룹의 차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엘렌 랑거는 이 실험을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한 과도한 확신 즉, '통제의 환상(illusion of control)'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애초부터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스스로 선택한 행위가 더 유리한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편향이 만드는 일종의 자기 암시라는 의미다.

수학적 기댓값과는 거리가 멀지만 심리적 기댓값이 강하게 작동하는 경우는 굳이 로또가 아니라 여러 곳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일견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진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 투기를 포함해 가짜 뉴스와 왜곡된 정보를 맹목적으로 생산하고 추종하는 정치적 포퓰리즘까지. 이들은 환상과 편향을 밑거름 삼아 성장해 때로 공멸의 공포를 야기하기도 했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정부의 정책을 둘러싸고 해를 거듭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심리적 기댓값이 지나치게 높았던 것일까. 지나치게 일부분에 집중된 갈등 탓에 정부가 경제정책의 기조를 틀어가는 모양새다. 경쟁과 공정, 규제와 자율, 분배와 성장, 노동과 혁신 등 대척 지점에 있는 이슈는 차고 넘친다. 그만큼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셈이다.
그럴수록 의사 결정의 키를 쥔 정부 최고 책임자들의 조율이 중요하다. 편향으로 인한 실패와 손실의 결과가 온전히 자신의 몫이 아닌 탓이다. 역사적으로 실패의 고통과 손실은 사회화되기 마련이었으니 더욱 더 그렇다. 통제의 환상을 '플라세보 버튼'이라고도 부른다. 기해년 불확실성은 커지고, 변화의 속도는 안팎으로 빨라지고 있다. 부디 달콤하고 짧은 위약 효과를 빌미 삼아 공동체와 기업의 근간 그리고 최소한의 경험적 상식에서 멀어지지 않기를. 이것이 통제의 환상이 경고하는 바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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