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더없이 딱 떨어지는 적재적소 투자처가 있다. 생활밀착형 SOC다. 과거 국정농단으로까지 번져갔던 중후장대 스타일 SOC와 달리 구분되는 새로운 이 개념을 둘러싼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생활밀착형 SOC는 국민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를 뜻한다. 우선 생활인프라 범주에 드는 주택, 택지조성, 상하수도, 도시공원, 주차장, 청소시설, 학교, 사회교육시설, 체육시설, 문화시설, 보건소, 병원, 사회복지시설, 관공서 등이 주축이 된다. 생활지원 인프라인 도로, 철도, 전기, 통신시설 등까지 교집합으로 포괄한다. 과거 대형 국책사업으로 밀어붙였던 국토 보전 인프라와는 구별되는 영역이다.
한국 전체를 보더라도 박물관 1곳당 인구 수가 6만4473명으로 미국의 1만8151명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한국의 도서관 1곳당 인구 수는 일본의 4.1배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 밖에도 공원 녹지나 주차장, 의료, 체육시설과 같이 그날그날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인프라 시설과 프로그램이 빈약하다는 사실에 새삼 질리지 않을 수 없다.
그뿐만 아니다. 건물 내진 설계나 사회복지시설, 노인복지시설 실상까지 줄줄이 모아보면 점입가경이다. 매순간 불안에 떨어왔고 어느덧 건강한 삶을 저당 잡혀 살고 있구나 하는 무기력한 생각까지 이르게 마련이다.
이러니 생활밀착형 SOC 투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최근 수요조사를 통해 전체 사업 건수 649건, 총 69조원 사업비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신규 사업은 사업비 기준으로 39.4%, 노후사업은 60.6%로 파악됐다. 서울시, 부산시 도심 지하에 묻힌 수많은 낡은 배관들을 속히 정비하지 않으면 수돗물도 못 믿고 지반 약화로 인한 싱크 홀 사고도 막을 수 없다는 결론이다. 환승역, 대중교통, 주거 여건, 미세 먼지 등 환경 문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생활밀착형 SOC 과업들이 우선 순위 리스트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정부는 지금 당장 이들 생존형, 생계형, 생명 차원 정책 사업과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SOC라 써 놓고 하드웨어 토목 공사로 읽어왔던 갈취의 시대는 보냈으니 이제 산뜻한 소프트웨어 인프라, 라이프 스타일 콘텐츠 부문에서 할 일을 해보자. 우리 주민은 생활자로서 그냥 평범한 인간이다. 주거, 환경, 의료, 건강, 복지, 문화, 체육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생활밀착형 SOC가 후진국 수준이라면 생활자 삶의 질도 하류, 경쟁력도 하위에서 맴돌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한시바삐 생활밀착형 SOC 실태가 매우 심각하다는 점을 인정하길 바란다. 아울러 지역 내, 지역 간 차이가 너무 크고 대부분 생활 인프라가 노후화되어 소리 없는 암살자가 되고 있음을 똑바로 봐야 할 터이다. 이로써 민간과 협력해 생명 생존이 목표가 되는 생활밀착형 SOC 인프라 사업을 제대로 실천해야 할 때다.
정치 인프라, 정무 인프라, 하드웨어 인프라 같은 허상 간접 자본일랑 왕창 들어내고 오롯이 실사구시 생활밀착형 SOC 사업에 집중하길 바란다.
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한국문화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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