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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부활, 일본에서 배운다]"아베노믹스처럼 돈 풀었다간 한국경제 파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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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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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通'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에게 묻다
"단기 처방 아닌 국가 차원의 30년 장기 계획 필요"
日경제 활기, 실상은 달라…대표적 후유증이 정부 부채, GDP 대비 213%까지 치솟아
살아남은 일본 기업들은 20년 경쟁력 제고 결실 맺는 것
日 연봉 1위 기업 '키엔스' 끊임없는 혁신정신 배워야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한국은행이 시중에 수천조 원의 돈을 풀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요?"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과 미래에셋대우 사장을 지낸 자타공인 '일본통(通)'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에게 아베노믹스에 힘입은 일본 경제의 부활에 대한 견해를 묻자 돌아온 질문이다. 일본이 2008년 이후 양적 완화 차원에서 시중에 뿌린 돈은 무려 432조엔(약 4400조원).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84% 수준이다.

홍 대표는 "아베노믹스 양적 완화 결과 경기는 어느 정도 회복되고 일자리도 늘었지만 후유증을 어찌 감당할지 걱정"이라며 "일본에서는 이미 재정 부족으로 세출이 줄어드는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표적 후유증은 올해 기준 GDP 대비 213%(한국은 39%)까지 부푼 정부 부채를 두고 한 말이다.

최근 서울 시내 한 찻집에서 만난 홍 대표는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이 아닌 '잃어버린 30년'을 향해 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일본에서 일자리와 투자가 늘고 주력 산업이 활기를 되찾는 경기 선순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근본은 변한 게 없다는 혹평이다. 그는 다만 일본의 오랜 실패 역사에서 우리가 반면교사할 점이 많다는 역발상 조언을 내놨다.
우선 1990년대 일본의 사회 리더 계층의 무능함이다. 홍 대표는 "당시에는 경기 불황 우려와 함께 새로운 대안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총리가 수시로 바뀌는 정치 불안은 물론 학연, 지연, 혈연으로 얽힌 주류 계층의 위기 극복 대책이 잇따랐지만 거의 실패했다"면서 "일본은 더 이상 (우리처럼) 무모한 정책이나 정치 실험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성과에만 집착하는 단기적 땜방 대처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그는 "앞으로는 가장 먼 미래를 보는 새가 모든 것을 가져간다"면서 "국가는 적어도 30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 계획을 세우고 기업은 주력 업종의 구조적 변화를 글로벌 차원에서 항상 살펴야 한다"고 했다. '30년 후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에 대한 국가 차원의 큰 비전을 그릴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일례로 국민연금 개편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제시했다. 홍 대표는 "국민연금 문제는 건강보험은 물론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과 모두 연관이 있는데 하나만 놓고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단기 정책이 아닌 30년 후 고령화 진행 등 사회가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가정하고 국가의 모든 연금 제도를 손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체 인구의 20%가 70세를 넘기고 국가 재정은 파탄 수준에 이르렀지만 그런 대로 굴러가는 일본에 대해 홍 대표는 데니스 가보르가 개념화한 성숙사회에 빗대 '일본형 변종 성숙사회'라고 이름 붙였다.

그는 "일본 국민들은 오랜 불황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철저하게 절약하고 타인과 공동체보다는 오직 본인의 생존에만 집중하는 탓에 오히려 사회적 갈등이 둔화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양극화로 인한 계층이나 세대 간 갈등이 예전보다 줄면서 사회적 비용도 감소 추세지만 이는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는 게 홍 대표의 견해다.

일본 기업의 혁신 노력에 대해서는 "일본 기업은 1980년대부터 동남아시아 등 해외로 대거 진출하면서 경기 불황이 닥친 1990년대 이후 자본수지가 국제수지를 떠받치는 동력이 됐다"면서 "우리도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것에 무조건 비판적 시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황기에 살아 남은 일본 기업은 정부의 산업 구조 재편 노력 속에 지난 20여년 동안 경쟁력 제고에 힘쓴 결실을 지금 맺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인 스마트 팩토리에 필수로 들어가는 산업용 로봇 분야에 있어서는 일본이 세계 최강"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기업이 롤모델로 삼을 만한 일본 기업으로는 '키엔스'를 꼽았다. 1974년 작은 중소기업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인 센서, 화상처리기기, 제어계측기기, 전자현미경 등을 만들며 지난해 기준 매출 5268억엔, 영업이익 2929억엔에 달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일본 1위라는 것. 홍 대표는 "키엔스 경영 철학은 한 분야에 집중하고 이익은 충분히 사회에 환원하고 납품 업체에 소위 '갑질'도 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혁신하는 것"이라며 "한국 기업이 성장을 위해서는 키엔스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끝으로 "1990년대부터 이미 수축사회의 분위기가 짙었던 일본형으로 가지 않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가 본질"이라며 "인구 감소와 고령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공급 과잉, 극심한 양극화 등으로 세계는 수축하기 시작했고 한국 역시 본격적 수축사회 진입까지 대략 5년 골든타임이 남았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가 명명한 수축사회란 디플레이션이나 경제 위기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전 세계에 닥친 전환적 현상으로, 르네상스와 산업혁명 이후 500여년 동안 파이를 키우는 데 집중한 팽창사회와는 상반 개념이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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