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시간 어떻게 보낼지 몰라
포털 사이트 검색하는 '어색형'
육아 등 집안일 돕기 싫어
밖에서 시간 보내는 '괘씸형'
시간없어 못 갔던 병원투어
지친 몸 추스르는 '애잔형'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문혜원 기자] 우리은행이 시중은행 최초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오는 10월 조기 도입하기로 했다. 금융노사간 산별교섭에서 주 52시간제 도입에 잠정 합의한 만큼 다른 시중은행도 조기 도입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들은 주 52시간제 도입을 앞두고 ▲시차 출퇴근제▲PC오프제▲집중 근무제 등 근무여건을 변화시킨 다양한 제도를 시험적으로 도입, 운영중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본격 도입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근무여건이 바뀌면서 은행권에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무엇을 하지? '어색형'
대다수 아빠 은행원들은 아직 주 52시간 근무제가 어색하다. 대표적으로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를, 저녁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모르는 아빠 은행원들이 대다수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가족들과 잘 지내는 법', '가족들과 갈만한 곳' 등을 검색하는 아빠 은행원들이 적지 않다.
은행원 김훈태(가명ㆍ43)씨는 "내가 일찍 들어가면 가족들이 나를 반길지, 길어진 저녁시간 동안 가족들과 무엇을 하면서 보낼지 생각이 많다"고 말했다.
늘어난 개인시간을 제2의 인생 준비를 위해 쓰는 '학습형'도 꽤 많다. 개인자산관리사(PB) 정연수(가명ㆍ41)씨는 최근 세무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그동안 고객들과 자산관리상담을 하면서 부족했던 부분인 세금문제에 대한 전문성을 쌓고 커리어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새로운 목표가 생기고 업무상 평소 답답했던 부분이 해결되면서 생활이 활기차졌다.
◆밖에서 시간 보내는 '괘씸형'
일찍 끝났지만 집에는 안 가는 '괘씸형'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일찍 귀가하면 육아 등 가사를 도와야 한다는 부담때문에 퇴근 후 회사 근처를 배회하는 은행원도 적지 않다. 은행원 김우형(가명ㆍ37)씨와 동료들은 은행 PC가 꺼지면 새로운 PC를 찾아 떠난다. 치열한 전투(?)가 끝나면 맥주까지 한 잔하고 집에 들어간다. 하지만 동료들끼리의 이런 즐거움도 2주 정도하고 나니 시큰둥해졌다. 뿔뿔이 흩어져서 새로운 취미 생활을 찾고 있다.
◆몸 속 곳곳에 숨어 있는 지병 치료 '애잔형'
그간 시간이 안 맞아서 못 갔던 '병원투어' 중인 이찬희(가명ㆍ50)씨는 '애잔형'에 속한다. 건강 검진 때마다 몸 곳곳이 안 좋다고 나왔는데 야근이 많아 정밀 검진을 해 보지 못했다. 이제는 병원 문이 닫히기 전에 검진도 받고 '큰 병 '키우기 전에 치료도 받으면서 지친 몸을 추스리고 있다. 조 씨는 "그래도 퇴직하기 전에 이런 기회가 생겨서 내심 다행"이라고 말했다.
부부 은행원이 많은 은행업 특성상 주 52시간제 '잉꼬형'도 생겨났다. 김인영(가명ㆍ30)씨와 최준혁(가명ㆍ34)씨는 그동안 번갈아 잦은 야근으로 서로 얼굴 보기도 힘들었지만,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서 부부의 퇴근시간이 비슷해졌다. 거창한 곳은 못 가지만 동네 맛집, 집앞 카페, 영화관 등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쉬는 시간이 늘어나니 부부 금실도 좋아졌다.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이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 도입을 서두르고 있어 시중은행의 영업행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선행학습 결과,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다"며 "고객 불편 최소화 등 고객 서비스에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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