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낚시꾼 발길 뚝… 겨울 생계 막막해요”
낚싯배 사고 보름, 영흥도 가보니
소형선박들 부둣가 정박
낚시용품점·식당가 한산
선주·주민들 시름 깊어져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큰 사고가 났었는데 누가 낚시하러 오겠습니까. 선주뿐 아니라 장사하는 주민들도 어떻게 겨울을 날지 막막합니다."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째인 17일 오후 인천 옹진군 영흥도 진두항은 휴일임에도 무척 한산한 모습이었다. 예전 같으면 승용차와 버스로 가득 차 있을 주차장은 절반 넘게 비어 있었고, 오가는 이도 적었다. 가끔 눈에 띄는 사람들도 대부분 회를 먹으러 왔다거나 공판장에 해산물을 구입하러 온 손님이었다.
사고 당시 출입이 통제됐던 부둣가로 내려가자 해양수산부 명의의 '함께 떠나는 안전 낚시여행' 안내판 뒤로 소형 선박 수십 대가 정박해 있었다. 배에는 '바다여행낚시' '선상낚시' 등이 적혀 있어 출항하지 못한 낚싯배임을 짐작케 했다. 선착장에는 10명 남짓한 '강태공'들이 낚싯대를 바다로 드리우고 있었다. 경기도 부천에서 왔다는 한 낚시꾼은 "가족들이 배는 절대 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면서 "부둣가에서만 좀 잡다가 집에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영흥도에서 운영되는 낚싯배는 총 90여척에 달한다. 지난가을만 하더라도 하루에 40~50척씩 출항하는 게 기본이었다. 날이 추운 겨울에는 손님이 그보다 줄어들긴 하지만, 이번 사고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듯 요즘은 배를 타려는 발길이 뚝 끊겼다. 이에 항구 주변에서 낚시용품을 파는 가게와 식당들까지 그 영향을 받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송모(69ㆍ여)씨는 "보통 출항 전인 새벽이나 배가 귀항하는 오후 5~6시쯤 손님들이 밥을 먹으러 왔는데 요새는 통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영흥도 인근 다른 어촌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25대의 낚싯배가 신고돼 있는 경기도 화성 궁평항을 비롯해 전곡항, 인천 월미도 등 부둣가에는 3t에서 10t 이하의 소형 낚싯배들이 빼곡하게 정박한 모습이었다. 버스를 타고 온 단체관광객들도 대부분 회를 먹으러 온 손님이었고, 낚시를 하러 온 경우는 없었다. 한 어촌계 임원은 "조업이 적은 겨울에는 주로 어업용 배를 낚싯배로 전업 신고한 뒤 운영해 생계를 유지하는데 지금 같은 시기에 누가 바다낚시를 하러 오겠느냐"며 "선주들뿐 아니라 장사하는 주민들도 같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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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영흥도 인근 어촌의 충격은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낼 것이란 걱정에 어민들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화성 전곡항에서 만난 한 선주는 "사고가 날 때마다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정부의 낚싯배 안전대책은 어민 입장에서는 규제가 되겠지만 빨리 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면 손님들도 안심하고 다시 바다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일 발생한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고로 탑승객 22명(선원 2명ㆍ승객 20명) 가운데 15명이 숨지고 7명이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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