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중학교는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무상급식은 공교육의 의무다. '무상급식'이란 말도 틀린 표현이다. '의무급식'으로 불러야 한다." 지금은 '영어의 몸'이 된 이청연 전 인천시교육감이 취임 초부터 핵심공약으로 추진했던 중학교 무상급식이 번번이 제동에 걸리자 하소연했던 기억이 난다.


[차장칼럼] 무상급식과 두 얼굴의 인천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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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인천시는 재정상황이 어렵다며 무상급식 예산 분담을 거부했고, 인천시의회는 교육청이 세운 예산을 무려 3차례나 삭감하던 터였다. 중학생 무상급식 비율이 전국 꼴찌였기에 시민사회의 반발은 클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인천시가 관련예산을 지원하면서 올해 3월부터 전체 중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인천에서 이번엔 이례적으로 고등학교 무상급식이 속도를 내고 있는 양상이다. 강원도가 내년부터 고교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것을 빼면 전국적으로 아직 논의조차 미흡한 상황에서 말이다. 그것도 중학교 무상급식이 추진되던 때와는 판이하게 달리 인천시가 먼저 제안했고 인천시의회가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9월 유정복 시장은 내년부터 고교 3학년을 시작으로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하지만 유 시장은 사전에 교육청과 군·구 간 예산 분담비율을 합의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고교 무상급식 시행계획을 밝히면서 교육청의 반발을 불러왔다.

게다가 인천시의회가 나서서 인천시와 시교육청의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으로 각각 213억, 273억원을 새롭게 편성하면서 더욱 논란을 키우고 있다. 당장에 박융수 교육감 권한대행은 시의회가 집행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했다며 '예산안 부동의'로 맞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기존 고교 저소득층 무상급식 116억원을 포함하면 인천교육청의 고교 무상급식 분담률은 53%(730억원 중 389억원)에 달한다. 자체수입이 없다시피한 교육청으로서는 매년 740억원 가량의 중·고교 무상급식 예산을 확보하려면 다른 교육예산을 줄이거나 삭감할 수밖에 없다. 이번만해도 교육환경개선사업비 255억원이 잘렸다.


시민단체들도 유 시장과 시의회 다수당인 자유한국당 시의원들이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고교 무상급식을 밀어붙였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막대한 재원이 드는 무상급식을 실시하면서 중기지방재정계획 반영과 투융자 심사도 거치지 않았고, 시의회가 예산편성을 요구하자 못이기는 척 동의한 데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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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인천시의회는 과거 교육청이 강화군이라도 우선 중학교 무상급식을 시행하자고 했을 때 관망을 넘어 교육청이 어렵게 세운 예산마저 삭감했었다. 인천시 재정상황이 그때 보다는 나아졌고, 고교 무상급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처사였다고 이해하기엔 뭔가 순수해 보이지 않는 이유다.


되레 인천시의회의 발 빠른(?) 예산편성 때문에 '보편적 복지'라는 무상급식의 당위성 보다는 '지방선거용 포퓰리즘'이라는 논란만 낳을 것 같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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