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와 샤넬 그린 프랑스 대표 여성화가
국내 최초 전시…예술의전당 내년 3월 11일까지

전시장 전경[사진=예술의전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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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예술의전당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화가 마리 로랑생(1883~1956)의 국내 최초 특별전인 ‘마리 로랑생展-색채의 황홀’을 9일부터 내년 3월 11일까지 연다. 이번 대규모 회고전에는 유화 70여점과 석판화, 수채화, 사진, 일러스트 등 총 160여 점이 공개된다.


마리 로랑생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는 색채, 성공한 여성작가, 피카소, 그리고 열렬한 사랑 등을 들 수 있다.

그녀는 마크 샤갈과 더불어 세계 미술사에서 색채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는 작가로 꼽힌다. 당시 입체파와 야수파가 주름잡던 유럽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완성했다. 본능과 직관에 따라 분홍색과 옅은 파랑, 청록색, 회색을 사용하는 것은 로랑생 작품만의 특징이다. 주로 파리의 여성들을 화폭에 담았는데 섬세한 색채 사용으로 황홀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1920년대 유럽에서 가장 사랑받는 초상화가이자 여성 예술가로 명성을 쌓았다.


정금희 전남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는 “윤곽선을 없앤 1차원적 평면성과 부드럽게 녹아드는 듯한 파스텔 색채만으로 평안함을 준다. 그림을 통해 세상의 고통을 부드럽게 감싸 안으려 했던 의지가 반영됐다”고 했다.

자화상_목판에 유채_1905(왼쪽)/ 파블로 피카소_캔버스에 유채_1908

자화상_목판에 유채_1905(왼쪽)/ 파블로 피카소_캔버스에 유채_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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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여성 화가로도 주목받는다. 미혼모 폴린 로랑생의 딸인 그녀는 부유한 정치인이었던 아버지의 외도로 태어나면서 아버지의 ‘부재’라는 트라우마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정신적 갈등을 삶의 에너지로 바꿔나갔다. 로랑생은 여성 화가가 드물었던 당시에 과감한 선택을 했다. 교사가 되길 바랐던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입체파의 창시자 조르주 브라크에게 재능을 인정받았고, 미술교육기관인 아카데미 앙베르에서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 자신의 초상화에 자신감이 묻어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파블로 피카소도 만났다. 피카소의 작업실이자 전 세계에서 몰려든 젊은 예술가들의 아틀리에인 세탁선(洗濯船)에서 막스 자코브, 앙리 루소 등 다양한 예술가들과 활발히 교류했다. 남성 위주인 서양미술사 흐름에서 과감히 벗어난 그녀는 여성으로서 거의 유일하게 예술가 동료로 인정받았다.


프랑스의 천재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8)와의 열애도 빼놓을 수 없다. 로랑생은 피카소의 소개로 그와 만나 깊은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아폴리네르의 명시 ‘미라보 다리(1912)’의 주인공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키스_캔버스에 유채_1927(사진 위) / 세 명의 젊은 여인들_캔버스에 유채_1953

키스_캔버스에 유채_1927(사진 위) / 세 명의 젊은 여인들_캔버스에 유채_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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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5년간의 열애는 1911년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 도난 사건에 아폴리네르가 연루되면서 차갑게 식었다. 1912년 그가 실연의 아픔을 담은 시를 발표하는데 이것이 ‘미라보 다리’다. 이후 시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노래로 불렸다.


아폴리네르와 헤어진 로랑생은 독일인 남작과 결혼을 감행하지만, 신혼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스페인으로 망명한다. 그녀의 기구한 인생은 당시의 그림에도 고통과 비애, 외로움으로 잘 표현된다. 전쟁 후 독일인 남편과 이혼한 그녀는 고향인 파리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알리며 미국에도 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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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로랑생의 20대 무명작가 시절부터 73세의 나이로 붓을 놓기 전까지의 전 작품을 작가의 삶의 궤적에 따라 배열했다. 도입부에는 로랑생과 관련한 사진 열아홉 점을 볼 수 있다.


앙베르에 다녔던 시절 풍경화와 정물화, 자신의 초상화, 피카소의 초상화 등을 전시한 1부 '청춘시대'부터 '열애시대' '망명시대' '열정의시대'로 나눴다. ‘콜라보레이션’ 섹션에서는 북 일러스트로 활동했던 작가의 수채화와 일러스트 서른여덟 점이 전시된다. 로랑생이 1942년 출간한 시집 겸 수필집 '밤의 수첩'도 있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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