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고 등 명문고 강북→강남 이동, 부동산 들썩…세종시 교육환경 개선 효과 톡톡, 집값 상승 견인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최대열 기자, 주상돈 기자] 인생의 항로를 결정짓는 운명의 순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3일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수험생을 둔 가정은 긴장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벌주의 사회를 둘러싼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욕망은 멈춤이 없다.


한국 특유의 '높은 교육열'은 부동산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른바 '학군 프리미엄'에 따라 집값의 희비가 엇갈린다는 얘기다. 교육제도의 변화는 부동산시장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다. 2019학년도부터는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의 우선선발권이 폐지된다. 고교 서열화 완화라는 명분에 따라 단행됐지만 강남 8학군 시대의 부활과 특정 지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8학군은 이미 역사 속에 사라진 개념이지만 여전히 '강남 불패' 신화의 토대가 되고 있다.


[부동산, 학군 프리미엄] 강남집값 30년 새 16배, 띄운 건 '학군 프리미엄'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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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동고 78명, 경기고 74명, 상문고 58명….' 1984년 서울대 합격생을 많이 배출한 고등학교 순위에서 강남 8학군이 돌풍을 일으켰다. 전국 '톱(TOP) 10' 순위에 이름을 올린 8학군 고교는 3곳이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고교 명문 경기고, 휘문고, 서울고 등이 강북에서 강남으로 주소를 옮기면서 강남은 교육의 메카로 급부상했다.

강남 8학군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1978년이지만 1980년 거주지 중심의 완전학군제 도입이 8학군 위상을 굳건히 한 계기였다. 서울을 지역에 따라 9개 학군으로 나누고 거주지 주변 고교로 진학하는 길을 터놓자 이른바 명문고 주변으로 주소를 옮기려는 이가 증가했다.


강남 쪽으로 이사하려는 수요는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부동산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값 변화를 분석한 결과 강남 아파트값은 30년 만에 16배 상승했다. 강남 아파트는 3.3㎡당 285만원에서 4536만원으로 올랐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강북의 집값이 강남보다 비쌌지만 학군 등 교육환경과 도시계획시설 등 다양한 원인에 따라 강남 집값이 더 많이 뛰었다"고 설명했다.


강남으로 주소를 옮긴 서울 주요 고교

강남으로 주소를 옮긴 서울 주요 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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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환경은 1990년대 초반 조성된 분당, 일산, 중동 등 수도권 1기 신도시가 이른 시일 내 정착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고교 비평준화 시절 분당 서현고, 일산 백석고, 부천 부천고 등 입시 명문으로 이름을 떨쳤다. 집값 역시 주변 지역보다 높게 형성됐다.


그러나 2002년 고교 평준화 도입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KB주택가격동향자료에 따르면 2001년 초부터 2003년 초까지 2년간 서울 강남권 주택매매가격지수는 20.4% 상승한 반면 고양이나 부천 등 1기 신도시 지역은 17.0% 정도 올라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더뎠다.


요즘은 외국어고, 국제고 등 특목고 주변이 교육 프리미엄 지역으로 분류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세종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4.4% 올랐다. 전국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률이다.


세종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분양을 고민했던 지역이다. 하지만 교육환경이 개선되면서 현재는 '미분양 제로'를 이어가고 있다. 세종국제고, 세종과학예술영재고 등이 들어서면서 '세종 8학군'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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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세종시의 경우 충청권에선 학군이 괜찮고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며 "세종시는 학군 등에 따른 삶의 만족도가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 여건이 우수하다는 이미지는 한 번 형성되면 오랜 시간 지속된다는 특징이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일반 고교의 경우 1단계 단일학교군, 2단계 일반학교군, 3단계 통합학교군 등 3단계 전형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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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도입된 고교 3단계 전형이 10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8학군이라는 개념은 사라졌지만 강남 선호 현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지금은 학원 시설 등을 고려한 교육 프리미엄이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준다"면서 "대치동 학원가를 더 가깝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고 명문고의 위상도 여전하다는 점에서 강남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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