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취임사에 눈길

▲원광연 이사장.

▲원광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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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습니다."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연구회) 이사장의 뒤늦은 취임사에 눈길이 쏠린다. 원 이사장은 지난달 취임했다. 취임식과 취임사는 없었다. 연구회 측은 "누가 써주는 취임사가 아니라 이사장 본인이 직접 취임사를 작성하겠다고 했다"며 취임사가 뒤늦게 나온 배경을 설명했다.

원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출연연은 한국 과학기술의 상징이었고 연구자들은 사회적 대우와 더불어 국가의 미래를 만든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는데 출연연의 공헌이 컸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출연연이 지금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년 동안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집중도가 약화되면서 성장의 속도는 더뎌졌다"며 "급격히 변하는 과학기술 패러다임에 출연연은 변화의 대상이 됐고 연구자의 자긍심은 과거의 영광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출연연이 과학기술의 뿌리가 돼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대한민국의 혁신성장을 이끌어야 한다"며 "우리 출연연이 4차 산업혁명의 플랫폼으로서 활약해 출연연 르네상스를 이룩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문했다.

'출연연 르네상스'를 만들기 위해 원 이사장은 세 가지를 주문했다. 우선 국민을 바라보고 국가·사회적 현안을 해결하는 국민중심 연구개발(R&D)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 안전, 에너지, 국방 등 국민이 필요로 하는 현안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경영에 중심을 두는 공공기관의 틀에서 벗어나 본연의 연구에 중심을 두는 연구기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원 이사장은 "출연연은 연구에 목적을 두고 있다"며 "지금의 출연연은 본래의 목적인 연구보다 경영 평가에 목표를 두고 있다"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높은 경영 평가 등급이 아닌 독창적이고 선도적인 연구"라고 밝혔다.


셋째 연구자가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연구자 중심의 연구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현장에 자율적 연구 환경이 갖춰졌을 때 비로소 창의적 연구가 이뤄질 수 있다"며 "도전적이고 창의적 연구 문화가 정착됐을 때 연구자는 자긍심을 가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원 이사장은 "새로운 성장을 위해서는 구태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연구회가 앞장서서 개선하고 혁신할 것이며 출연연 기관장들도 솔선수범해 출연연의 변화를 이끌어 달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취임사 전문


반갑습니다.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헌신해주고 계신 출연(연) 가족 여러분께 존경의 마음을 담아 인사드립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원광연입니다.


지난10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임명장을 받으면서 앞으로 짊어지게 될 책임감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출연(연)은 과학기술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기에 그 무게감을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 출연(연)이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출연(연) 가족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저의 책임과 사명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겠습니다.


저는 유년시절을 KIST와 가까운 곳에서 보냈습니다. 그곳에서 바라보았던 KIST는 마치 다른 세상 같아 보였습니다. 과학기술인의 꿈을 키우던 저에게 출연(연)은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출연(연)은 한국 과학기술의 상징이었고, 연구자들은 사회적 대우와 더불어 국가의 미래를 만든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는데 출연(연)의 공헌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수년 간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집중도가 약화되면서 성장의 속도는 더뎌졌습니다. 급격히 변하는 과학기술 패러다임에 출연(연)은 변화의 대상이 되었고, 연구자의 자긍심은 과거의 영광이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출연(연)이 혁신의 주체가 되어 다시 일어서야 할 때입니다. 과학기술이 선도해나갈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습니다. 인류에게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재도약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우리 출연(연)이 4차 산업혁명의 플랫폼으로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합니다. 출연(연)이 과학기술의 뿌리가 되어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대한민국의 혁신성장을 이끌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성장의 과실들이 우리 국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는 우리 국민과 사회구성원의 열망이며, 우리 출연(연)의 위상을 다시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2기 연구회에서는 우리 출연(연)이 4차 산업혁명의 플랫폼으로서 활약하여 출연(연) 르네상스를 이룩할 수 있도록 다음 세 가지 방향에 중심을 두고 구체적 방안들을 이행해 나가겠습니다.


첫째, 국민을 바라보고 국가·사회적 현안을 해결하는 국민중심 R&D 체계로 전환하겠습니다. 지난 50년 간 출연(연)은 대한민국 경제 성장에 동력을 제공해 왔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 순위 11위, 수출 순위 8위에 이름을 올렸고, 그만큼 우리 산업계도 성숙했습니다. 이제 출연(연)은 국가??사회적 현안을 해결하여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환경, 안전, 에너지, 국방 등 국민이 필요로 하는 현안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나아가 식량, 인구, 지구온난화와 같은 범세계적 이슈를 국제사회와 발맞춰 풀어나가야 합니다. 이런 거대 담론은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장기적 안목으로 보다 멀리 내다봐야 합니다. 연구회가 출연(연)의 동반자가 되어 함께 더 멀리 가겠습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R&D로 국민에게 기여하는 출연(연)이 되도록 진력하겠습니다.


둘째, 경영에 중심을 두는 공공기관의 틀에서 벗어나 본연의 연구에 중심을 두는 연구기관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출연(연)은 연구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목적이 연구인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출연(연)은 본래의 목적인 연구보다 경영 평가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연구가 효율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경영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하지만 높은 경영 평가 등급이 창의적인 연구성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높은 경영 평가 등급이 아닌 독창적이고 선도적인 연구입니다. 2기 연구회에서는 기관 운영의 중심을 경영에서 연구로 옮겨 연구자가 더욱 열정적으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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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연구자가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연구자 중심의 연구 문화를 정착시키겠습니다. 연구현장에 자율적인 연구 환경이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창의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연구 문화가 정착되었을 때 연구자는 자긍심을 가지게 됩니다. 2기 연구회에서는 연구자의 자율성을 높이고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책·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것입니다. 또한, 기관 간의 종적인 틀에서 벗어나 연구자가 더 넓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유사한 연구주제를 가진 연구자가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서 풀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인재 영입에도 담장을 낮추겠습니다. 젊고 유능한 인재를 적극 영입하여 연구현장에 활력을 더하겠습니다. 해외의 우수한 연구자를 영입하여 협력의 범위를 더욱 넓히겠습니다.


출연(연) 가족 여러분. 갑각류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껍질을 벗어나야 하는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성장을 위해서는 구태의 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더 큰 성장을 위한 아픔이 따르기도 할 것입니다. 출연(연)에게만 변화를 바라지 않겠습니다. 저를 비롯한 연구회가 먼저 개선하고, 혁신하여, 개혁해 나가겠습니다. 출연(연) 기관장님들께서도 솔선수범하여 출연(연)의 변화를 이끌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 출연(연) 가족 여러분께서도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힘찬 발걸음에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다가올 새해를 힘차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한 해를 돌아보고 잘 마무리해야 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못다 쓴 연차 휴가도 잘 활용하시어 가정과 자신을 돌보는 따스한 연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11월 22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원광연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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