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르테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원래 예정 시간인 오후 6시 반(현지시간)보다 3시간 40분 늦은 10시10분에 시작해 10시38분에 끝났다. 앞서 잡혀있던 아세안 관련 회의가 줄줄이 늦어지면서 심야 정상회담이 열렸다. 역사에 남을 만한 회담이었지만 한국시간으로는 자정이 지난 시간에 회담 결과가 나와 조간 신문은 물론이고 방송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이전 기록은 2007년 3월 24일 노무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시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국왕과 밤 9시20분부터 10시 30분까지 진행한 정상회담 및 협정서명식이었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의 조속한 통과를 당부하면서 “장시간 노동과 과로를 당연시 여기는 사회가 더 이상 계속돼선 안 된다”고 말했지만 그 누구보다 과로에 시달리는 사람이 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으로 일했던 1년 동안 격무에 시달려 치아 10개를 뽑은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연설문 표현까지 챙기는 문 대통령의 성격상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수석 때 보다 일은 줄어들지 않고 스트레스는 많아 졌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 4개월 만인 지난 9월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것은 현재의 업무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연차를 다 쓰겠다”고 공언했다. 문 대통령의 올해 연차는 8일 남아 있다. 자신이 한 말은 지켜야한다는 강박증이 있는 대통령이지만 연말까지 일정을 보면 이 말을 지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이번 주에는 국빈 방한하는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칸 대통령 환영식과 정상회담, 만찬이 줄줄이 잡혀 있다. 다음 달 중순경 예정된 중국 방문에 앞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차례 더 해야 한다.
/정치부 차장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르포]"정부가 보조금 퍼붓는데 어떻게 버티나" 전...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