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여성포럼]"슈퍼우먼은 없다"…전문역량 슈퍼 사이즈로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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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멘토가 후배 멘티에게 "슈퍼우먼 아닌 슈퍼 사이즈 우먼 돼라"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김유리 기자] "'슈퍼우먼'이 아닌 '슈퍼 사이즈' 우먼이 돼라."

유리천장에 굴복하지 않고 각 분야에서 '최초' 타이틀을 거머쥔 여성 리더들은 차세대 리더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카리스마가 아닌 전문성으로 승부하라"고 주문했다. '슈퍼우먼'이 되려고 발버둥치기보다는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책임의식과 소통 능력을 높여 후배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리더로 거듭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9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 아시아여성리더스포럼'에 참석한 6기 멘토단은 '독종' 근성으로 치자면 둘째가라면 서운하지만 정작 그들은 "독하기만 해서는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없다"고 직언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과 머신 러닝의 발전 속도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고 정보 공유와 소통 강화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독하고 강하기만 한 사람은 존경받는 리더가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카리스마보다는 지식과 인격, 배려 등을 '슈퍼 사이즈'로 키워 후배들이 오래 같이 일하고 싶은 선배가 되라는 얘기다.


특히 올해의 멘토들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일과 가정의 양립'을 조화롭게 추구,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여성 리더라는 점에서 더 새롭다. 이날 6기 멘토단은 후배 여성들이 차세대 리더가 될 때 지혜롭게 조직을 이끌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실전 경험들을 공유했다.


6기 멘토단장을 맡은 박혜란 여성문화네트워크 대표는 우리나라 1세대 여성학자다. 서울대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기자로 입사해 둘째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기자 생활을 했다. 이후 10년간 아들 셋을 키우며 전업주부로 지내다 1984년 서른아홉의 나이에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과에 입학하면서 여성학자로서 새 출발을 했다.


33년간 페미니스트로 활동하며 비주류였던 여성학의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성학과 육아법 등에 대한 저서 11권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가수 이적의 어머니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세상에는 그저 우먼만 있을 뿐 슈퍼우먼은 없다"면서 "멀티플레이에 강한 여성 특유의 강점을 살려 여성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원화 제일기획 상무도 여성 리더는 슈퍼우먼이 아닌 슈퍼 사이즈 우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뺏고 뺏기는' 치열한 광고업계에서 광고기획자(AE)로 20여년을 살아온 정 상무는 삼성전자 대표 브랜드였던 '애니콜'을 맡아 '토크 플레이 러브(Talk Play Love)' 캠페인을 성공으로 이끌어 2015년 1월 임원으로 승진했다. 그 와중에 연애와 결혼, 두 아들 육아를 해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슈퍼우먼의 성공 스토리가 성공한 여성 리더와 같은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 상무는 "'슈퍼우먼 콤플렉스'는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고 있지만 독하고 강하기만 한 사람과는 누구도 함께 일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함께 오래 일하고 싶은 리더가 돼라"고 말했다. 또 임원부터는 "석·박사급의 깊이 있는 지식을 쌓아야만 한다"며 "학습 능력이 곧 역량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임선영 카카오 포털 부문 총괄 부사장은 "카리스마가 아닌 자신의 전문성으로 구성원을 통솔해야 하는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임 부사장은 20년 뉴스 전문가다. 1990년대 온라인 뉴스가 태동하던 시절부터 AI가 개인에게 맞춤형 뉴스를 큐레이션하는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뉴스와 떨어지지 않았다. 이를 통해 얻게 된 전문성을 통해 '문과생, 40대, 여자, 내향적 성격' 등 IT업계 리더로는 어색한 수식어를 갖고도 카카오 포털(다음) 직원 300여명의 수장이 됐다.


백정희 GS홈쇼핑 브랜드사업부장(상무)은 25년간 패션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GS홈쇼핑에서 수백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메가 히트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백 상무가 관리한 패션·뷰티 관련 취급액은 2조원. GS홈쇼핑 매출의 45%다. 열혈 여성 리더였던 그도 아들이 사춘기였을 때 퇴사를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백 상무는 "가정보다 일이 소중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면서도 "다만 일과 가정 중에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선 '나를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을 생각하라"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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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영 EY한영회계법인 금융사업본부 파트너는 사내 컨설팅 부문의 유일한 여성 임원이자 세 딸의 엄마이기도 하다. 그의 회사 내 또 다른 직함은 글로벌 D&I(Diversity and Inclusiveness·다양성과 포용성)위원회 금융사업본부(FSO) 한국 챔피언이다. D&I위원회를 통해 각 임원에게 여성 임원을 많이 만들 것을 수행과제로 내걸고 있다. 봉 파트너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회사가 성장하고 수익성을 내기 위해 여성 리더를 키워야 한다"며 "인종, 문화, 성 등의 면에서 사람들이 다양성을 지녀야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고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예 맘편한세상 대표는 아시아여성리더스포럼 최연소 멘토다. 정 대표가 멘토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건 슈퍼우먼 콤플렉스로 힘들어하는 선후배, 동료를 위한 서비스 개발에 직접 나섰기 때문이다. 그가 선보인 맘시터는 '아이돌봄 구인·구직 플랫폼 서비스'다. 맘시터를 통해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한 부모와 베이비시터를 연결해주는 것이다. 정 대표는 보스턴컨설팅그룹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직장을 거치며 사회는 여성에게 특히 더 녹록지않은 환경이란 걸 깨달았다. 그는 "여성들의 개인적인 희생으로 이 사회가 굴러가는 게 바뀌지 않는 현실이라면 나라도 나서서 바꿔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맘시터 서비스를 통해 '여성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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