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행장실과 함께 인사부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우리은행 신입채용 절차에 차질을 빚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 하반기 대졸 공채 행원을 지난해의 2배 이상인 400명을 뽑기로 했다. 9월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 10월 1차 면접을 거쳐 임원면접을 앞둔 상황이다.
검찰 수사를 받지 않은 다른 은행과 금융기관, 보험사, 카드사 등 금융사들은 채용계획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현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괜히 채용 과정에서 잡음이 나올 경우 사정의 칼날이 자신들에게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금융사들은 블라인드 면접, 가족관계 등을 제외한 이력석 작성 등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한 묘수는 다 동원하고 있다.
일부 금융사는 대외 활동을 거의 중단한 상황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연말에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했던 사업들도 말이 나올까봐 조용히 지나가는 분위기"라면서 "정부의 생산적ㆍ포용적 금융에 맞춘 상품ㆍ서비스 라인업 정비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카드사 등 2금융권도 별다른 움직임 없이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최근 업계 간담회에서 풀어준 규제와 관련된 사안만 반영하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이슈도 있어서 더 힘들어질텐데, 일단 몸을 낮추고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금융권 전체가 벼랑끝으로 몰린 상황에서 오히려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입장에서도 채용비리와 무관하지 않아 금융권을 전처럼 강하게 압박하기 어렵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에 부담을 주는 신규 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 포용적 금융의 한 틀에서 시중은행권에 중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 확대 등을 구상중이던 당국은 은행권의 '살얼음판' 분위기 속에서 이를 기약없이 미뤘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은행권 사정 바람으로 지금은 신규 정책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쯤되자 금융권 일각에서는 '적폐청산'도 좋지만,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박은 금융권 일자리 창출과 금융 시장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ㆍ경의 사정 분위기를 틈타 일부 금융권 노동조합이 경영진에 대한 무리한 요구와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적폐청산도 좋지만 합리적인 선에서 이뤄져야지 과도한 수준까지 가서는 안된다"면서 "올해 실적이나 여러 면에서 분위기가 좋았는데, 최근 상황은 검경의 압박에 노조의 딴지 걸기까지 너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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