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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에 숨죽인 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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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정현진 기자]검찰ㆍ경찰의 칼날이 금융권을 겨누면서 금융권이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시중은행, 보험사 등 금융권은 연말 계획했던 내부 일정 뿐만 아니라 외부 일정을 연기하거나 축소하는 등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도 금융권 신규 정책 도입을 잠시 보류한 상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행장실과 함께 인사부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우리은행 신입채용 절차에 차질을 빚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 하반기 대졸 공채 행원을 지난해의 2배 이상인 400명을 뽑기로 했다. 9월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 10월 1차 면접을 거쳐 임원면접을 앞둔 상황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달 말까지 최종합격자를 뽑아야 한다. 하지만 12월말까지는 행장 및 부문장 등 주요 임원진들이 겸임 및 대행체제로 이뤄지면서 채용절차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검찰 수사를 받지 않은 다른 은행과 금융기관, 보험사, 카드사 등 금융사들은 채용계획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현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괜히 채용 과정에서 잡음이 나올 경우 사정의 칼날이 자신들에게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금융사들은 블라인드 면접, 가족관계 등을 제외한 이력석 작성 등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한 묘수는 다 동원하고 있다.
B 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요즘 채용 면접을 할때 지원자들에게 세밀한 질문이나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작성한 여러 능력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기 어렵다"며"지원자들 사이에서 '특정 지원자가 면접때 무엇을 했다더라','지원자의 신분과 부모가 누구더라' 등의 소문이 날 경우 바로 특혜채용 시비에 휘말릴수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부 금융사는 대외 활동을 거의 중단한 상황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연말에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했던 사업들도 말이 나올까봐 조용히 지나가는 분위기"라면서 "정부의 생산적ㆍ포용적 금융에 맞춘 상품ㆍ서비스 라인업 정비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카드사 등 2금융권도 별다른 움직임 없이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최근 업계 간담회에서 풀어준 규제와 관련된 사안만 반영하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이슈도 있어서 더 힘들어질텐데, 일단 몸을 낮추고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금융권 전체가 벼랑끝으로 몰린 상황에서 오히려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입장에서도 채용비리와 무관하지 않아 금융권을 전처럼 강하게 압박하기 어렵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에 부담을 주는 신규 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 포용적 금융의 한 틀에서 시중은행권에 중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 확대 등을 구상중이던 당국은 은행권의 '살얼음판' 분위기 속에서 이를 기약없이 미뤘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은행권 사정 바람으로 지금은 신규 정책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쯤되자 금융권 일각에서는 '적폐청산'도 좋지만,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박은 금융권 일자리 창출과 금융 시장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ㆍ경의 사정 분위기를 틈타 일부 금융권 노동조합이 경영진에 대한 무리한 요구와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적폐청산도 좋지만 합리적인 선에서 이뤄져야지 과도한 수준까지 가서는 안된다"면서 "올해 실적이나 여러 면에서 분위기가 좋았는데, 최근 상황은 검경의 압박에 노조의 딴지 걸기까지 너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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