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발언으로 시선 끌었지만…설화의 늪 빠진 김상조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첫 '임명 강행' 사례다. 정부가 국회와의 협치를 희생하더라도 재벌개혁은 포기하지 않겠다며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그렇게 김 위원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재벌개혁의 양대 선봉장으로 떠올랐다.
그는 취임사에서 공정위 직원들에게 "경고의 말씀을 드린다"며 큰 화제를 모았고, 취임 100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하도급ㆍ가맹점 대책 등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책들을 발표하며 다크호스로서의 진면목을 보이는 듯 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 8월 업무보고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사령탑을 맡아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막힌 곳을 뚫어주는 '사이다(속 시원함)' 역할을 하고 있다"고 치하했다.
하지만 '어공(어쩌다 공무원)' 출신의 한계는 곧 드러났다. 대표적인 것이 한 달에 한 번 꼴로 터지는 설화(舌禍)다. 7월께 "나쁜 짓은 금융위원회가 하는데, 욕은 공정위가 먹는다"는 말로 처음 논란을 일으켰고, 그 다음 달에는 라디오에 출연해 "공권력에 도전하지 말라"는 엄포를 놓으면서 기업 옥죄기 우려를 낳았다. 9월에는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을 비판하면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처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말을 꺼내 현실경제에 무지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김 위원장을 "오만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벤처기업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말을 보탰다. 결국 김 위원장이 "겸허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자중의 뜻을 밝히는 것으로 일이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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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이는 정제되지 않은 단어 사용에 대해서 사과했을 뿐, 김 위원장의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지난 2일 서울 상도동 숭실대에서 열린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늦었다'고 말을 건네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재벌들을 혼내주고 오느라 늦었다"고 답해 다시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날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에 앞서 그가 5대그룹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가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CEO들과의 만남을 '의견 교환의 장'이 아닌 '혼내주는 자리'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 및 지주회사 수익구조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며 대기업들을 압박하면서도 "칼춤을 추듯 접근하는 기업개혁을 할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갈수록 비대해져가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앞으로도 설화에 휩싸인다면 기업들과의 올바른 관계형성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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