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창업주' 신격호 10년 구형…변호인 "횡령·배임 납득할 수 없다"
"피고인, 애국심으로 무배당주의 고집"
"현재 기억력 상실해 자기방어능력 없어…경제계 거목, 조용히 물러날 수 있게 해달라"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롯데그룹의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이 1일 열린 롯데 경영비리 관련 재판에서 징역 10년의 중형을 구형받았다. 신 총괄회장 측 변호인은 이날 최후변론문을 통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유남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 총괄회장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10년과 벌금 3000억원의 중형을 구형했다. 이틀 전 신 총괄회장의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같은 형량이다.
변호인 측은 검찰의 횡령, 배임죄 기소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신 총괄회장 측 조문현 변호사는 이날 최후변론을 통해 "2세 경영인인 신동주에게 보수를 지급한 행위는 지극히 정당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피고인이 본인과 신동주, 신동빈의 자산을 동원해 한국에 투자한 규모가 약 10조 원으로 추산되므로, 만일 피고인이 한국에서 발생한 수익대로 배당을 했다면 신동주, 신동빈은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피고인은 기업보국이라는 신념 하에 본인은 물론이고, 롯데의 최대주주인 신동주, 신동빈에게도 배당을 하지 않았고, 이를 다시 회사에 재투자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피고인은 신동주와 신동빈에게 직접 회사를 경영하게 해 보수를 지급했고 그 보수액도 한일 롯데그룹의 전체 규모와 위상, 신동주와 신동빈이 그룹 경영에 기여한 정도, 이들이 소유한 광윤사의 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결코 많지 않은 금액으로 책정했다"면서 "이 사건으로 기소된 금액과 합치면, 신동주가 1997년 9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약 18년간 한일 롯데그룹의 임원으로 받은 보수는 총 440억 원인데, 신동주가 롯데그룹에서 18년간 오너경영인으로 일하면서 배당금을 받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아주 적은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던 서미경, 장녀 신영자 등에게 롯데시네마 매점 등을 임대한 데 대해서도 배임죄를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피고인은 서미경, 신유미(신격호·서미경의 딸), 신영자에게는 백화점의 식음료 매장이나 롯데시네마 매점을 임대해주는 방식으로 적법하게 사업을 할 기회를 제공했고, 그들 스스로 노력해 성과를 얻도록 독려했던 것"이라면서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도덕적으로 비난하거나 공정거래법상의 행정제재를 가할 수는 있을 수는 있으나, 배임죄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신 총괄회장이 그간 기업보국을 신념으로 삼고, 고용창출을 통해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점 등을 들며 신중한 판단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조 변호사는 "피고인은 현재 사실에 대한 기억력을 거의 상실해 자기방어능력이 없다"면서 "이제는 자기방어능력조차 상실한 피고인을 전과자로 만들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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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피고인이 경영 일선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였던 시기는 1960~1990년대로 우리나라는 IMF 관리 이후 기업경영 뿐 아니라 관련 법제, 사회제도, 문화와 인식 등 모든 면에서 그 전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면서 "그러므로 현재의 관점으로 과거 창업 1세대로서 기업을 경영했던 피고인을 평가하는 것은 무엇보다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1일 법정 구두진술을 통해서는 "피고인이 회사를 사유화해 사익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동주와 신동빈의 희생 하에 한국 롯데그룹을 성장 발전시켰다"면서 "피고인의 애국심과 경영철학을 욕되게 하지 말아주시고 경제계의 거목이 조용히 물러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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