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루터 초상화(사진=아시아경제DB)

마르틴 루터 초상화(사진=아시아경제DB)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올해 10월31일은 독일에서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500주년 기념일로 연방 차원의 국경휴일로 지정되면서 처음으로 독일 전역의 공휴일이 됐다. 독일 북부의 일부 주(州)에서는 이참에 매해 10월31일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지만 종교개혁 기념일을 아예 기념하지 않는 주들도 많아서 논란이 지속될 예정이다. 독일 각 주마다 믿는 종파가 다른데다 루터에 대한 평가도 종파마다 다 엇갈리기 때문이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독일정부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일인 31일을 연방 차원의 국경 휴일로 지정했다. 지금까지 종교개혁 기념일은 독일 각 주마다, 교회마다 기념하는 곳들만 기념했다. 올해는 500주년을 맞아 예외적으로 임시 국경휴일로 선포된 것. 이에 일부 주에서는 아예 10월31일을 정식 공휴일로 선포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부 항구도시 함부르크 의회 소속 기독민주당 정치인들은 이날을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항구적 휴일로 정하자고 의회에 제안했다. 또 브레멘과 니더작센 주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소개했다. 하지만 연방 의회까지 이 제안이 올라가서 통과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달 초 토마스 데메지에르 연방 내무장관이 이슬람 휴일지정 아이디어를 내놓았지만 반응이 없었고, 다윈의 진화론을 기념하는 진화일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금새 사라졌다. 종교개혁 기념일 논의도 통과되기 전까지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독일 농민전쟁 삽화. 1524년, 독일 농민들이 기존 지배체제에 항거해 대규모 농민전쟁을 일으켰다. 루터는 귀족들에게 이를 토벌해야한다고 역설했으며 이후 남부 독일지역은 루터파에서 카톨릭으로 돌아섰다.(사진=위키피디아)

독일 농민전쟁 삽화. 1524년, 독일 농민들이 기존 지배체제에 항거해 대규모 농민전쟁을 일으켰다. 루터는 귀족들에게 이를 토벌해야한다고 역설했으며 이후 남부 독일지역은 루터파에서 카톨릭으로 돌아섰다.(사진=위키피디아)

원본보기 아이콘

이는 독일 내에서 지역들마다 종교개혁 기념일을 바라보는 시각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가 종교개혁의 아버지라 불리며 프로테스탄티즘의 시조 격으로 여겨지지만, 각종 다양한 종파들이 뒤섞여있던 종교개혁의 원산지, 독일에서 루터의 지위는 수많은 개혁가 중 한사람에 불과하다.

사실 루터는 1517년 10월31일, 면죄부 판매에 반대하는 '95개조 반박문'을 내걸고 1520년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파문당하기 전까지는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소속의 카톨릭 사제였다. 그러다보니 종교개혁이 거세지는 와중에서도 그가 이끄는 루터파는 오히려 온건파에 속했다. 루터파는 종교개혁과 맞물려 급진개혁파들이 주장했던 사회 전반적 개혁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특히 당시 독일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농민반란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AD

이것은 루터가 그의 후원자였던 작센 선제후 등 북독일의 영주와 제후들, 스웨덴과 덴마크 등 북구 왕국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고, 그 스스로도 폭력이 수반된 과격한 방식의 사회개혁까지 지지하진 않은 수도자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남부 독일 지역들은 루터에 대해 크게 실망해 카톨릭으로 다시 돌아섰고, 왕국이나 제후들의 독재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중부 독일의 상공업 도시들은 루터 이후에 등장한 칼뱅파로 돌아섰다.


루터파와 칼뱅파는 보통 하나의 프로테스탄티즘으로 엮이지만, 두 종파도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서로 유럽 내에서 신교의 대표종파로 인정받기 위해 경쟁했으며 상호간에 악마, 무슬림의 변종 등으로 부르며 경멸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기에 루터파 세력이 강한 북부독일 지역을 제외하고 카톨릭을 믿는 주나 칼뱅파가 강세인 주들은 마르틴 루터나 종교개혁 기념일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다. 종교개혁 기념일이 독일 전역의 항구적 공휴일이 되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