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감소 VS 실수요 충족 대립
-미분양 등 도입시 리스크 고려…건설금융시스템 선진화 등 근본 보완책 따라야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정부가 추진 중인 후분양제 효과를 놓고 찬성론자와 신중론자가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후분양제가 본격화하면 주택공급량이 20% 이상 감소할 것이란 분석 자료가 나온 가운데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공급은 꾸준히 이뤄질 것이란 반론이 제기됐다. 후분양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하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이러한 논리를 제공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30일 경실련에 따르면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올해 9월까지 63만건의 분양권 전매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주택거래량의 12%에 해당하는 수치다. 경실련은 정부가 후분양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이른바 '투기 수요'를 잠재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정부가 8·2 부동산대책에서 분양권 전매제한을 강화했지만 선분양시장에서 국지적인 '핀셋' 분양권 전매 규제로는 근본적인 투기 수요를 잡을 수 없고 풍선효과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분양권 전매를 통한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후분양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경실련은 건설업계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주택 공급이 일부 감소하더라도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공급이 꾸준히 이뤄질 것이란 논리를 펴고 있다.

앞서 이헌승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연구용역 결과를 이용해 후분양제 도입에 따른 부정적인 효과를 강조했다. 후분양제를 확대 시행하면 신용등급 C 미만의 주택공급업체 공급분이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전체 공급 물량의 22.2%에 달하는 수치다.


이 의원은 건설업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후분양제 추진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사는 사업비 조달의 편의성 때문에 아파트를 짓기 전에 분양하는 선분양제를 선호한 게 사실이다. 선분양제는 하자 발생을 사전에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또 분양권 전매를 통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다.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지적도 나오는 등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되면서 후분양제 도입을 위한 명분으로 활용됐다.


후분양제는 건설 공정을 80% 이상 진행한 뒤 입주자를 모집하는 제도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10년째 후분양을 하고 있다. 후분양제의 장단점을 확인할 수 있는 선례인 셈이다. 후분양제는 장단점이 모두 존재하기에 충분한 준비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수요자 입장에서 선분양제는 분양대금을 분할 납부하는 이점이 있다. 후분양제가 되면 특정 시점에 수억 원이 넘는 목돈을 한꺼번에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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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도 완공 때까지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공사비를 자체 조달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후분양제 도입 이후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건설사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 볼 대목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후분양에 따른 건설사 대출보증지원, 공공택지 우선공급 등 인센티브를 마련하더라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개발금융 다양화 등 근본적인 보완대책이 없으면 시장 혼란은 불가피하다"며 "주택시장을 면밀히 파악한 후 적용 시기를 검토하고 건설금융시스템 선진화 등 관련 제도정비를 함께 추진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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