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따로따로 계산해주세요”vs“분할계산 안됩니다”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대학 교수 이모(47)씨는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곤욕을 치렀다. 동료 교수들과 식사를 한 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의 저촉을 우려해 각자 카드로 따로 계산을 하려 했지만 식당 주인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명이 카드로 전액을 계산한 뒤 계좌이체 등을 통해 식사비용을 나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리 잡은 각자내기(더치페이) 문화가 지난해 9월 김영란법 도입으로 각계각층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청탁금지법 시행 1년 국내 외식업 영향조사’에 따르면 더치페이의 경우 청탁금지법 시행 전 23.9%에서 시행 후 38.5%로 14.6%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식당 점주들은 계산의 번거로움 등을 이유로 더치페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계산을 따로따로 하는 것은 손님의 권리라는 의견과 점주의 권한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 교수는 “당시 자리에 있던 교수들 모두 현금이 없어 카드로 계산을 했어야 했다”며 “김영란법 등의 사정을 들어 따로 계산해 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점주는 요지부동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교수는 “내 돈 내고 내가 사먹는 것인데 마음대로 계산하지 못하는 게 억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김영란법 대상자의 경우 불가피하게 한명이 카드로 계산한 경우에는 계좌이체 등을 이용해 돈을 각자 냈다는 흔적을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한다.
해당 점주는 더치페이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점주는 “하나의 요리를 여러 명이 나눠 먹는 경우 사람 수대로 나누다보면 1원 단위까지 나올 때가 있다”면서 “혼자 서빙부터 계산까지 맡아서 하는데 그걸 계산하고 있을 시간이 어딨냐”고 반문했다.
한 가지 요리에 밥과 숟가락만 따로 올리는 한식문화, 테이블별 영수증 발행을 해오지 않은 계산문화가 많은 우리 사회에선 더치페이가 점주에겐 부담이란 지적이다.
동대문구 회기동의 한 식당은 입구에 ‘분할계산 안됩니다’란 문구를 붙여 사전에 더치페이 고객을 차단했다. 식당 점원은 “처음부터 문구를 적어 놓았던 것은 아니다”며 “손님의 대부분이 대학생인데 한 결 같이 분할계산을 요구하다보니 식당영업에 지장이 올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소비자의 입장에선 불편이 뒤따른다. 대학생 김모(24)씨는 “한 사람이 다 내기엔 부담스럽기도 하고, 나중에 한명 한명에게 돈을 받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강모(29)씨는 “과거와 달리 최근엔 직장 선후배 사이에서도 각자 계산하는 경우가 많은데 계산이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거부하는 것은 불합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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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식당 업주가 분할결제를 거부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순 없다”며 “붐비는 시간에 손님은 무리한 분할결제를 자제하고, 식당 업주는 분할결제 기능이 탑재 된 단말기를 사용하는 등 서로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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