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이모티콘, 女신발 모두 하이힐
"여성은 플랫슈즈 더 많이 신는다
여성=하이힐, 고정관념이자 편견"
일상화된 편견에 문제제기하자는 취지


여자 신발은 모두 하이힐?…휴대폰에 숨은 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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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휴대폰에는 성적 편견(gender bias)의 흔적이 남아있다.


"내 휴대폰엔 그런 거 없는데?"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 그렇다면 먼저 휴대폰의 문자메시지 메뉴로 들어가서, 문자 입력란을 보자. 오른편에 이모티콘 아이콘이 나온다. 눌러보자. 대체로 웃는 표정, 우는 표정 등 다양한 감정이 표현된 얼굴 이모티콘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탭을 넘기다보면 패션 관련 탭이 나온다.

성적 편견은 여기서 발견된다. 5개의 신발 이모티콘이 있다. 남성용 갈색구두, 중성적인 스니커즈 한 켤레. 그리고 높은 굽(하이힐)이 달린 3종의 여성용 신발.


휴대폰 문자메시지 메뉴에서 이모티콘 아이콘을 누른 후, 오른쪽으로 탭을 넘기다보면 패션관련 이모티콘이 나온다. 휴대폰마다 세부 아이콘 모양은 다르지만, 대체로 구성은 비슷하다. 사진은 갤럭시S7에 나오는 패션관련 이모티콘들. 5종의 신발이 있는데, 3종의 여성 신발은 모두 높은 굽이 달려있다.

휴대폰 문자메시지 메뉴에서 이모티콘 아이콘을 누른 후, 오른쪽으로 탭을 넘기다보면 패션관련 이모티콘이 나온다. 휴대폰마다 세부 아이콘 모양은 다르지만, 대체로 구성은 비슷하다. 사진은 갤럭시S7에 나오는 패션관련 이모티콘들. 5종의 신발이 있는데, 3종의 여성 신발은 모두 높은 굽이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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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성이 하이힐만 신나? 여성은 하이힐을 신어야만 하나? 왜 여성 신발은 다 높은 굽이 있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독립예술홍보업무를 하는 플로리안 허치슨(Floriane Hutchison)은 부당함을 느꼈다.


그렇게 '#IWearFlats'라는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 모든 휴대폰,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이모티콘 목록에 '평평한 신발(Flats)' 이모티콘을 추가해달라는 청원 운동이다.


허치슨은 "대부분의 여성은 일상적으로 굽이 없는 신발을 신고 활동한다. 여성들이 하이힐을 신으며, 하이힐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은 터무니 없는 편견에 불과하다. 여성용 신발 이모티콘이 있어야 한다면, 차라리 평평한 플랫슈즈여야지, 하이힐이 아니다"고 말했다.


IT전문매체 매셔블은 #IWearFlat 캠페인과 허치슨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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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언어가 성적편견에 미치는 영향 커…이모티콘도 그 사례
허치슨은 세 딸을 둔 어머니다.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다.


그녀는 "한 사람의 성적 편견과 고정관념은 대체로 어린 시기에 결정된다. 특히 시각적 언어(visual language)의 영향이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여성은 살아가면서 '여성성'에 관한 객체화·사물화된 시선의 폭격을 맞는다.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몸매는 어떠해야 하는지, 처신은 어떠해야 하는지 등을 미디어를 통해, 책을 통해, 동료들을 통해 주입받는다. 이제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디지털 언어'도 성적 편견 형성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이모티콘도 바로 그 중 하나다."


허치슨은 휴대폰 속 이모티콘이 자신의 세 딸들에게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간 딸들도 그 이모티콘을 보고, 사용하고, 길들여지게 될 터였다.


이모티콘을 들여다보던 허치슨은, 금세 하이힐만이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다. 패션 관련 이모티콘 카테고리에는 이미 성적 고정관념과 편견이 가득했다.


가슴이 푹 파이고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 끈이 달린 모자, 정갈한 핸드백, 빨간 립스틱, 보석이 달린 반지. 휴대폰 속 이모티콘은, 모던하고 프로페셔널한 여성들이 갖춰야 할 어떤 '규범'을 제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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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슈즈는 시작에 불과…"만연한 성적 편견과 고정관념에 문제를 제기하자"
#IWearFlats 캠페인은 단순히 현재의 이모티콘을 갈아엎자는 얘기가 아니다. 일상에 만연한 성적 고정관념과 편견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이를 위한 대화와 토론의 장을 열기를 희망한다. 이모티콘은 그저 작은 사례이자 출발일 뿐이다.


허치슨의 작았던 목소리는 커다란 반향을 얻고 있다.


유니코드 컨소시엄 이모티콘 소위원회( the Unicode Consortium Emoji Subcommittee)도 허치슨의 '#IWearFlats'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개선방향을 찾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모티콘 검색 사이트 '이모지피디아(Emojipedia)'도 나섰다. 이곳의 창립자이자 편집자인 제레미 버지(Jeremy Burge)는 "2018년에 새로 업데이트 될 이모티콘 후보 목록에 여성용 플랫슈즈가 포함됐다"고 말했다.


버지 역시 허치슨의 문제제기에 공감을 표시했다. 버지는 "이 세상 모든 신발의 이모티콘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하이힐과 높은 굽의 부츠 이모티콘만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플랫슈즈가 최종적으로 새 이모티콘에 포함 될는지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 만약 플랫슈즈가 업데이트 돼 이모지피디아에 등재되면, 사람들은 플랫슈즈를 내려받아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게 된다.


그러나 2018년부터 플랫슈즈 이모티콘을 보게 될 것인지 아닌지는 허치슨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허치슨이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나는 플랫슈즈 이모티콘을 원한다"가 아니다.


"성적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낀다면, 우리는 그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주어진 조건과 환경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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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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