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에 문 닫는 중소기업①]'내부의 적' 기술도둑, 알짜中企 쓰러진다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낙하산 제조업체인 A사는 2015년 새로운 개념의 보조낙하산을 개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 보조낙하산은 기존의 제품보다 무게는 가벼우면서도 빨리 펴지고 흔들림이 적어 세계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그러나 전직 간부 직원들의 기술유출로 이 회사는 공장 문을 닫았다. 제품 개발과 생산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전직 부사장과 공장장이 제품도면, 설계사양서 등 핵심기술을 빼돌려 말레이시아에서 직접 공장을 차린 것이다. 더구나 이들은 A사가 제품을 생산할 수 없도록 퇴사 직전 업무용 컴퓨터에 있던 각종 자료들을 모두 삭제했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 5월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의 추적 끝에 전모가 밝혀졌다. 하지만 이미 수억 원대의 피해를 입은 상태였고, 관련 자료가 사라진 A사는 결국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A사 관계자는 "기술을 통째로 들고 나갔다"며 "자료가 없어 생산이 불가능해 공장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많은 유망 중소기업들이 기술유출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공장 문을 닫는 상황에까지 몰리고 있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올해 4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6개월간 '산업기술유출 기획수사'를 진행해 총 90건의 기술유출 사건을 적발했다. 검거한 피의자도 223명에 이른다. 특히 이 가운데 84건(93.3%)이 중소기업에서 벌어졌다. 기술이 유출된 중소기업의 업종은 금형 등 뿌리산업을 비롯해 일반 제조업, 정보통신, IT 등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핵심 기술 한두 개에 의존하는 중소기업 특성상 기술유출은 기업의 존폐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실제 경기도 소재 자동차 부품 생산기업 B사의 경우 자사의 금형 제작 기술이 경쟁기업에 알려지면서 1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 B사 대표는 "기술 개발 비용과 영업비용,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최소 피해액이 그 정도 될 것"이라며 "규모는 작아도 기술력으로 버텨왔는데 회사를 더 운영할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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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의 기술유출 피해액은 늘어나는 추세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받은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들의 기술유출 피해액 총액은 1097억원으로, 2015년 902억원과 비교해 21.6% 늘어났다. 건당 피해 규모는 평균 18억9000만원으로, 2015년 13억7000만원에 비해 38%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대기업에 비해 예산·인력 등 한계로 중소기업계에서 기술유출이 빈발하고 있다"며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기술유출 사범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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