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생리대 등 갈수록 커지는 '케미포비아'
집단소송제, 효율적 구제·분쟁 해결 사회적 비용 절감

생리대까지 이어진 '케미포비아'…집단소송제 대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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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다른 방법이 있나요. 유해물질 불안해도 쓸 수밖에 없죠."


생리대 파동 이후 '생리컵'이나 '천 생리대' 등 대체품 적응에 실패한 여성들은 대부분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일회용 생리대보다 직접적으로 몸에 닿는 유해물질이 적다고 알려진 생리컵은 몸 안에 넣기가 부담스럽고 천 생리대는 매번 빨아 써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일회용 생리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여성은 평생 1만개가 넘는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한다.

◆생리대까지 이어진 케미포비아=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생리대 등에 포함된 휘발성유기화합물질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발표했지만 불안감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갑작스럽게 생리 주기가 변하거나 생리혈 감소 등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주변에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인과 관계에 대한 이견은 전문가들의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일회용 생리대에 유해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화학제품에 대한 공포감(케미포비아)은 생리대가 처음이 아니다. 앞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있었다. 2011년 8월 31일 정부가 '원인 미상 간질성 폐렴'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에 있다고 발표한 지 6년이 지났다.

가습기 살균제는 가습기를 소독하기 위해 넣는 살균 용액이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옥시는 2000년 호흡기에 치명적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을 원료로 사용한다. PHMG는 독성 화학물질이지만 옥시는 안전성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정부 또한 위험성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 등을 하지 않았다. 실제 옥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은 정부 안정 인증인 'KC인증'을 받기도 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족들에 따르면 살균제 피해로 사망한 사람은 1200여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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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은 피해를 구제 받고 제품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개별로 소송에 참여했다. 가습기 살균제의 경우 사망에 이르는 등 정도가 심각해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었지만 식품이나 의약외품 등은 개인별 피해액이 소규모인 경우가 많아 승소해도 받을 수 있는 배상액이 소액에 그친다. 더욱이 소송비용과 소송절차가 복잡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피해구제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식품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최근 5년간 3938건, 의약외품은 52건으로 나타났다.


◆집단소송제, 안전한 제품 생산으로 이어질까=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집단소송제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당사자 뿐만 아니라 대표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피해를 입은 소비자 모두가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집단으로 발생한 피해를 효율적으로 구제할 수 있고 분쟁 해결의 사회적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집단소송제 도입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이행과제이기도 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식품안전기본법과 약사법을 개정해 소비자 집단소송제를 발의했다. 동일한 식품이나 의약외품으로 인해 20인 이상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1명 또는 여러 명이 대표 당사자가 돼 손해배상청구소송(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안전기금을 설치해 영업자가 손해배상액 지급을 지체하는 경우 정부가 우선지급하고 영업자에게 해당 금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권미혁 의원은 "이 개정안을 통해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하고 제조사도 국민이 좀 더 안전하게 섭취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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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식품과 의약외품 뿐만 아니라 소비자, 공정거래, 환경, 노동 등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집단소송제를 준비 중이다.


권태환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간사는 "지금은 공동 소송 형태로 진행돼도 효율성이 떨어지고 고비용에 대한 문제가 있다"며 "집단소송제를 통해 문제에 대한 입증 책임을 소비자가 아닌 정보를 갖고 있는 기업이 갖도록 하면 기업들은 자동적으로 좀 더 공정한 경쟁이나 판매 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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