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핫피플]"'바'에서 와인 한 잔 마시며 하루의 고단함 잊어봐요"
눈을 보며 대화할 수 있는 바를 구비한 '나인스게이트'
고객과 소통에서 가장 큰 보람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바에 있으면 달라져요. 테이블에 앉아 계신 손님들을 대할 때처럼 위에서 내려다보는 게 아니라 서로 눈을 마주 볼 수 있잖아요. 찾아오신 손님들 이야기를 듣고 대화하고, 그때 그때에 맞는 와인을 드리는 것이 제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스름이 깔리는 저녁이 되면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레스토랑 '나인스 게이트'에서는 와인잔을 놓고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이준행 소믈리에(38)를 만날 수 있다. 그는 '바'라는 2~3m의 작은 공간에서 세상살이의 무게, 삶의 환희 등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찾아온 고객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가 서 있는 나인스게이트는 지난 8개월간 공사를 거쳐 새롭게 문을 열었다. 국내 양식당의 산 역사였던 이곳은 리뉴얼을 거쳐 변화를 모색했다. 가격 부담을 줄여 문턱을 낮췄고, 레스토랑을 와인&다인 콘셉트로 바꿔 '와인'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소믈리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바가 생겼다는 점이다. 나인스게이트 리뉴얼 한지 1주. 바에서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는 매번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복잡하고, 다양한 기분으로 오시는 손님들이 있기 때문에 저희는 항상 대처해야 해요. 그분들의 표정을 통해 어떤 마음인지 헤아리려고 하죠."
손님이 나인스게이트 문턱을 넘는 순간, 이 소믈리에는 손님들의 표정을 읽으려 노력한다. 심리상태에 따라 대화 내용도 추천하는 와인도 달라진다. 표정이 어두운 사람에게는 프레시하고 스위트한 와인을 권해 잠시나마 위로를 찾는 식이다. 나인스게이트에 들어와 있는 순간만큼은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소믈리에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 이 소믈리에는 찾아왔던 손님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한다. 취향과 가격이 변화무쌍한 와인의 특성상, 손님과 손님의 취향을 기억하는 것이 그 나름의 배려다. 원하는 와인 가격대, 맛 등을 매번 묻는 것이 실례라고 생각해서다. 또한 그는 와인의 맛 등에 대해서도 고객의 생각을 먼저 들으려고 한다. 자칫 소믈리에라는 이름 등으로 고객 나름의 맛과 경험을 흩뜨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의 또 다른 재능은 와인에 잘 맞는 메뉴를 추천한다는 것. 젊었을 때 요리사를 꿈꿨던 그는 호텔서비스 직원 시절 뻔질나게 주방을 찾아다니며 배움을 청했다. 당시 배워둔 덕분에 와인과 잘 맞는 메뉴를 추천할 수 있게 됐다. 이 덕분에 지난해 서울 고메에서 '가장 와인 매칭이 훌륭했던 디너'라는 호평을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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