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사전] 맴찢 - 찢어진 내 마음, 슬픔과 안타까움의 ‘정한(情恨)’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내가 천국에 간다면 모차르트 시대에 첼로를 연주했던 사람들에게 화를 낼 것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악기의 진가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
첼로 하나로 협주곡에서 오케스트라와 대적하고도 기교와 조화를 무기로 빛을 발한 세기의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는 재능 하나로 첼로의 영토를 무한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개척자였다. 빈한한 종전의 협주곡 속 첼로의 위상에 묶이지 않고 오히려 고전시대 첼리스트들의 무능을 비판한 그의 재능 앞에 쇼스타코비치, 펜데레츠키 같은 당대의 명 작곡가들은 앞다퉈 첼로작품을 헌정했고, 한참 선배인 리흐테르는 독주회 반주자를 자청하고 나섰을 정도.
거침없던 천재의 행보는 어느 날 그가 작가 솔제니친을 국가의 억압으로부터 옹호하면서부터 순식간에 가시밭길로 접어들었고, 1974년 그는 끝내 고국 소련을 버리고 서방으로의 망명을 선택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로스트로포비치는 서베를린 벽 아래 홀로 앉아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을 연주하며 ‘공산주의 종언’을 선율에 실어 보냈고, 이듬해 소련 붕괴 후 가까스로 다시 찾은 고국에서 그는 “이제서야 찢어진 두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 같습니다”라며 감동의 소회를 밝혔다.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 감내한 지난한 세월을 ‘반쪽이던 두 마음’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마음이 찢어질 정도로 아픈 것을 줄인 ‘맴찢’은 새로 뽑은 내 차에 별안간 생겨난 문콕부터 가슴 절절한 드라마 속 캐릭터의 사랑에 이르기까지 도처에 존재한다. 그리고 당신의 마음을 향해 사방에서 날아오는 칼날은 수십, 수백 번의 맴찢을 거쳐 그 삶을 단단하게 바꿔줄 것이다. 당신을 죽이지 못한 고통은 오히려 당신을 더 강하게 만들 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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