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사회적 논의기구' 소관 떠넘기기?
국정기획위, 통신비 인하 위해 운영 제시
정부 "입법 필요하니 국회가 맡아야"
국회 "정부 부처 아래 두는게"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보편요금제 등 가계 통신비 인하 방안 마련을 위해 운영하기로 한 '사회적 논의기구'가 출발하기 전부터 소관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는 국회가 논의기구를 끌어가야 한다는 입장인데, 국회는 공영방송 개혁 문제로 파행을 맞아 이 사안을 다룰 형편이 되지 않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간사인 신경민 의원에게 '통신비 관련 사회적 논의기구 추진방향'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입법조치를 전제로 한 사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 차원에서 접근논의를 진행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방위에 직접 자문위원회 형태로 구성하거나, 통신비 경감을 위한 소위를 별도로 구성하고 그 아래에 자문위원회를 두는 방안을 소개했다. 위원 구성으로 통신사(3), 제조사(2), 알뜰폰 협회(1), 유통협회(1) 및 여ㆍ야, 정부 추천 시민단체와 전문가로 구성하는게 적절하다는 구체적인 그림도 그렸다. 기구에서 논의할 안건으로는 기본료 폐지는 물론 보편요금제, 분리공시제, 완전자급제 등이며 활동기간은 100일로 제시했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에서 만든 안이 국회 논의과정에서 바뀔 가능성이 높다"며 "전문성을 가진 입법부에서 이를 담당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수사를 두고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라고 비판하며 장외 투쟁에 나섰는데, 그 중심에 과정위가 있어 안건을 심사할 여력이 없다. 과정위에서는 그동안 방송 이슈를 두고 여야간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면서 통신 등 다른 안건까지 모두 발목이 잡히는 모습을 반복해왔다. 20대 국회 16개 상임위(운영위 등 3개 겸임 상임위는 제외) 중 유일하게 2016년도 정부 결산심사를 실시하지 않은 곳이 과정위다. 또 지난해 6월 20대 국회 개원 이후 1년2개월 동안 법안심사소위를 단 2회만 열어 '식물 상임위'라는 오명을 썼다. 전체 국회 상임위의 법안소위 평균 개회 횟수는 12.4회다.
이에 여당에서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행정부에서 주관해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을 피력하고 있다.
안정상 과정위 수석전문위원(더불어민주당)은 "정책에 정당들의 영향력이 작용하면 대안을 찾는 본래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고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라며 "국회에 합의기구를 두기보다는 총리실 안에 총괄기능을 두고 논의하거나 정부 부처에 둬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방안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와 국회가 논의기구 설치를 두고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논의기구가 제 역할을 하기 힘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정기획위에서 언급했던 안건 중 시행하지 못할 내용을 그대로 옮겨담았을 뿐 아니라 기간 역시 100일로 짧아서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입법기관을 통해 진행돼야 하는 사안이 많기 때문에 국회에 논의기구를 두는 것이 적합해 보인다"면서도 "국회가 방송개혁 이슈로 인해 공전하고 있기 때문에 추석 이전까지 설치는 물론 논의 시작조차 못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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