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값 폭등에 '중국산 김치'로 바꾸는 식당 속출…"국산 고집 버렸습니다"
배추 한포기 7000원 넘어…폭염ㆍ가뭄ㆍ폭우 등 작황부진 탓
'중국산 김치 사용하지 않는다' 문구 떼는 식당 속출
올해도 김치 수입량 '역대 최대' 전망
추석 앞두고 '식탁 물가 비상'…소비자들 '김장 대란' 우려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배춧값이 너무 많이 올라 중국산 김치를 사용할 수 밖에 없어요. 최근에 '우리 식당은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떼었습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폭등한 배춧값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원재료 부담이 커져 어쩔수 없이 수입산 김치를 사용하는 식당들이 속출하는 모습이다. 이들이 사용하는 수입산 김치의 대부분은 중국산.
'국산 배추만을 사용합니다'라는 자존심을 버리고 중국산으로 갈아타야 할 정도로 배춧값 상승폭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신선식품 가격이 일제히 오른 상황에서 배춧값까지 치솟아 자영업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명동에서 분식가게를 운영중인 권모 씨는 "1년전부터 중국산 김치를 쓰고 있다"며 "국내 배추로 김치를 담그면 이익이 나지 않아 어쩔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국산 김치를 고집하던 소공동 일대 식당들도 최근에 중국산 김치로 바꿨다고 들었다"며 "원산지 표기를 바꾸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4일 기준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7125원으로 한달전 6033원보다 1000원 이상 올랐다. 배추값이 7000원선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0월4일 이래 11개월 만이다. 평년 평균 가격이 3875원인 것을 감안하면 2배 비싼 수준이다.
가뭄과 폭우, 폭염으로 인해 작황이 부진한 탓이다. 무름병 등이 번지면서 규격 미달이나 품질저하 판정을 받고 있는 배추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aT는 생산량 급감으로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을 전망했다. 배추값 폭등은 무와 대파 등의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김치 대란'도 우려되고 있다.
용산에 사는 주부 김모 씨는 "올 여름에도 열무나 오이가 비싸 제철김치를 못 담아 먹었는데 배춧값까지 뛰어 걱정"이라며 "당분간은 남아있는 묵은지만 먹어야할 것 같다"고 울상지었다. 마포에 사는 주부 최모 씨도 "장 보러 갔다 배추가격이 너무 비싸 다시 내려놨다"면서 "배추김치 대신 양배추김치를 담아야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김치 제조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포장김치 시장의 50%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대상과 식자재ㆍ급식업체 아워홈 등은 추석을 앞둔 이달 중순부터 물량 확보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급식업체들은 열무김치 등 대체 제품 공급을 늘리고 있으며, 포장김치 제조업체들은 상황이 심각할 경우 온라인 판매 중단 등을 고려하고 있다. 대상은 지난해 가을 김치대란이 벌어지면서 온라인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악화로 올해 김치 수입량 역시 전년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김치 수입량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름 폭염 등으로 국내 배춧값이 치솟으면서 김치 수입을 늘린데 따른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수입금액은 1억2149만달러로, 2015년 대비 7.3% 증가했다. 수입량 역시 25만3432t을 기록, 전년대비 13.1% 증가했다. 이는 김치 수출입 통계가 집계된 2007년 이후 최대다. 수입 김치는 99.9% 이상이 중국산 김치로, 지난해 수입금액이 1억2148만달러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배춧값이 고공행진하면서 대안으로 수입산 김치의 인기가 높아져 수입량도 증가하고 있다"며 "수입산 김치를 국산 김치인 것처럼 속여 판매하는 업체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김치 구입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목동에 사는 직장인 강모 씨는 "식당 뿐만 아니라 식탁에도 제조과정을 알 수 없는 중국산 김치가 점령을 하고 있다"며 "정부가 조속히 관련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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