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문학 교과서, 윤동주 시 단편적 해석"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고등학교 '문학' 교과서들이 윤동주(1917∼1945)의 시 세계를 소개하는데 부적절한 면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전공 석사과정 성주연씨는 최근 학교에 제출한 학위논문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수록된 윤동주 시의 학습활동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통해 현행 문학 교과서들이 윤동주의 시를 역사주의적 작품으로 과잉 해석하거나, 단편적으로 분석한다고 주장했다. 논문은 고등학교에서 사용 중인 문학 교과서 열한 종의 윤동주 시 학습활동 서른여섯 개를 유형 별로 분석했다.
B출판사는 '참회록은 윤동주가 창씨개명을 신고하기 닷새 전에 쓴 작품이므로 창씨개명에 대한 각오를 담은 글이라고 봐야 한다'는 한 작가의 의견을 소개하고, 참회록의 일부 구절을 강조한다. 이에 성씨는 "과잉된 역사주의적 작품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윤동주를 이해할 때 창작 시기와 그 시대를 파악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지만, 특정 시대 상황을 학습활동 직전에 제시하면 작품 해석이 역사주의적으로 편향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작품의 분석과 이해를 통해서 화자가 처한 시대 상황을 자유롭게 유추하는 학습활동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S출판사는 '별 헤는 밤'에서 학습활동으로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누어 정리해 보자'고 제시한다. 이에 성씨는 "이 시는 현재, 과거, 현재, 미래 순으로 시상이 전개되는데, 단순히 시간 순으로 정리하는 것은 단편적인 분석 활동"이라고 했다. "시상의 전개를 고려하지 않는 학습활동은 학습자가 작품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 혼란을 주고, 작품 분석을 방해한다"고 했다.
성씨는 '참회록'에서 '구리거울'의 역할과 화자가 거울을 닦는 행위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고 제시한 D출판사의 학습 방향에도 "교사가 불러주는 시의 의미와 화자의 의도를 교과서에 받아 적게 하는 활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학교의 시 교육은 오랫동안 시인의 의도와 화자의 태도를 추측하는 데 집중돼 있었고, 학생들은 이미 정해진 의미를 '보물찾기'하듯 찾아내야 했다"며 "학습자가 능동적으로 의미와 의도를 파악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성씨는 이밖에도 복수 교과서들이 본문과 학습활동 사이의 연관성이 부족하고, 결론이 막연하거나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동주의 시는 독자를 염두에 두고 창작된 게 아니라 일기 형태로 쓴 것이어서 한 편 한 편의 자립성과 완결성이 허약하다는 학계 지적이 있다"면서 "그의 생애와 시 세계 전반을 파악해야 정확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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