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건축물 무자격 건축, 위장 직영에 안전 '흔들'
-건축주가 불법 도급, 10% 미만 기술역량 갖춰
-전문가 "연면적 200㎡ 미만 범위 축소"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건축주가 중소 규모 건축물을 직영 시공할 수 있도록 한 법을 악용해 무자격 개인 사업자에게 불법 도급하는 '위장 직영'이 만연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실시공 위험이 커지는 만큼 건축주 직영 시공이 가능한 범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주거용 연면적 661㎡, 비주거용 연면적 495㎡ 이하의 중소 규모 건축물 공사의 경우 건축주 직영 시공이 허용된다.
주거용 661㎡ 규모는 보편적인 4층 다가구주택을 넘어서는 것으로 대부분의 다가구주택, 상가주택이 해당한다. 직영 시공이란 건축주가 공사에 필요한 자재와 기계·장비를 동원하고 직접 공사 감독·시공을 관리해 건물을 짓는 것을 말한다.
건축행정시스템 세움터 통계를 보면 지난해 661㎡ 이하 주거용 건축물 8만5655건 중 7만6977건인 89.9%가 건축주 직영 시공으로 신고됐다. 495㎡ 이하 비주거용 건축물의 경우 7만3616건 중 4만7197건(64.1%)이 건축주 직영 시공이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조금 달랐다. 건산연은 건축주가 자신을 시공자로 위장 신고한 뒤 무면허 업자 등에게 불법 도급해 시공하는 사례가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건산연은 건축허가 통계상 건축주 직영 시공을 신고하는 비중이 80%에 달하지만 실제로 시공 능력을 갖춘 건축주는 10%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민수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5월 건축 인허가 담당 공무원과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했더니 기술 역량을 갖춘 건축주는 10% 미만에 불과하고 직영 시공으로 위장 신고 후 무면허 개인 사업자에게 도급해 시공한 사례가 만연했다"고 설명했다.
건축주들이 위장 직영 시공을 하는 것은 시공비 절감, 부가가치세 등 세금 절세·탈세 등의 목적이 주를 이룬다. 착공신고서에 시공자를 적어 도급 시공이라고 밝힐 경우 시공자에게 총 공사비의 10%에 해당하는 부가세가 부과된다. 그러나 무면허 건설업체는 간이과세자로 인정받아 10%의 부가세 신고를 면제받을 수 있다.
문제는 부실시공의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위장 직영 시공의 경우 실제 시공자가 표면에 드러나지 않아 각종 건축 법규 위반 등에 의한 법적 제재를 회피할 수 있다. 부실시공이나 하자보수의 책임을 묻기 어렵고, 부실시공을 하더라도 면허 취소나 행정 처벌이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공사나 다중이용·분양 건축물 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건설업 등록업자가 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건축법상 건축허가 대상인 연면적 100㎡ 미만, 넓게 잡아도 200㎡ 미만 건축물에 한해 건축주 직영 시공을 허용하도록 범위를 좁히고 매매나 분양, 임대 목적의 건축물은 규모가 작아도 원칙적으로 등록업자에게 도급해 시공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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