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이토록 산만한 정원/성미정
삼 일 만에 족히 일 미터는 자라는
잭과 콩나무에나 나올 법한 식물도 자라난다
갑자기 원추리가 자라나고
비비추도 자라난다
찔레꽃도 자라난다
길이도 들쭉날쭉한 식물들이 자라난다
일목요연하게 정원을 가꾸려던 의지는
무성한 잡초와 알 수 없는 식물들의 기세 앞에
슬슬 지쳐 가기 시작한다
해바라기와 오래된 모과나무에는
매미의 허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서툰 정원사가 꿈꾸던 아름다운
질서는 여기에 없다
포기
온갖 포기가 정원에 자라난다
한 포기 두 포기 세 포기
네 포기 다섯 포기
세는 것도 힘들다
다 포기다
이렇게 산만한 정원에서
이렇게 산만하게
자라고 싶은 것들 모두 자라라
시들고 싶은 것 모두 시들어라
이 모든 산만함이 그리워질
겨울이 오기 전에 더욱 산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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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너무 덥다. '삼복지간(三伏之間)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라는 옛말이 있는데 정말 그렇다. 꼼짝하기가 싫다. 아니 꼼짝할 수가 없다. 꼼짝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른다. 바다는 아예 가 볼 엄두도 나질 않고 가까운 계곡이라도 갈까 싶지만 귀찮다. 그저 선풍기나 틀어 놓고 데굴데굴 구르는 게 제일이다. 그래도 저녁이 되면 가까운 노천카페에 가서 아이스커피라도 마시면서 좀 지내볼까 그런 아쉬운 생각도 문득 해 보지만 그것도 역시 맘뿐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떠올려 보면 지난겨울에 이 무더운 여름밤을 얼마나 고대했던가. 여름이 오면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설렁설렁 나가 친구들과 생맥주 한잔해야지 했던 그런 바람들이 얼마나 무수했던가. 또 이 여름밤이 그리워지기 전에 가자, 저 짱짱한 여름 속으로.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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