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 의도와 달리 시장 관망…주택 장기 보유 기류도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양도세 중과가 어떻게 바뀌었냐는 문의는 있어도 보유 주택을 팔아야 하냐는 매도 상담은 없습니다. 부동산시장의 큰손들은 당장 주택을 처분하기보다는 장기 투자로 가겠다며 버티기 전략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정부가 다주택자를 정조준한 8·2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자산가들은 꿈쩍 않고 있다. 오히려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시장을 관망하며 장기전으로 가겠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정부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8일 주요 금융권 부동산 투자 상담 프라이빗뱅커(PB)들의 말을 종합하면 자산가들은 이번 8·2 대책에 큰 움직임 없이 일단 시장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양용화 KEB하나은행 PB사업본부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아직은 큰 움직임이 없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도 "자산가들 대부분이 2주택자 이상으로 이번 대책의 타깃인데 향후 시장에 대한 전망이 정확하지 않아 당장 움직임은 없다"면서 "본인이 쓸 수 있는 전략을 점검하는 단계"라고 했다.

금융권에서 자산가를 말할 때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보통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를 자산가로 여긴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준에 충족하는 자산가는 지난해 말 24만2000명이다. 자산가들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52.2%로 절반을 넘었고 평균 28억6000만원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했다.


8·2 대책 중 자산가들이 최대 관심을 보이는 항목은 양도세 중과와 재건축 규제다. 정부는 양도세를 무겁게 매기면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처분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장기 보유하겠다는 기류도 만만치 않다.


앞서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도 7개시, 부산 7개구, 세종시 등 40개 청약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의 경우 내년 4월1일 양도분부터 양도세를 중과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배제하기로 했다. 현재 양도세율은 비과세 대상을 제외하고 주택 수와 관계없이 양도차익에 따라 6~40%(기본세율)가 매겨지는데 내년 4월부터는 최대 60%까지 부과된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고객들에게 3~4년 이상 장기 보유할 것이 아니면 내년 양도세 중과 전에 처분하라고 조언한다"면서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팔겠다는 쪽과 장기 보유하겠다는 쪽이 반반 정도"라고 했다. 양 센터장은 "양도세는 양도를 해야 세금이 발생하는 구조인데 자금 여력이 많은 경우 오히려 시간을 더 두고 볼 수 있다"며 자산가들이 장기전으로 버티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과거 재건축 아파트 투자 상담을 할 때보면 10년 이상 가지고 가겠다는 고객들이 많았다"면서 "이번 대책의 여파에 대한 이견이 있는 만큼 장기 투자로 간다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집값이 단기적으로 조정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를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규정 부동산연구위원 역시 "뚜렷한 가격 조정 신호가 보이기 시작하거나 개인 또는 정책적인 변수가 부각돼야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중동 행보를 보이는 자산가와 달리 실수요자들은 동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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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청약제도를 손질해 실수요자의 청약 기회를 넓히겠다고 했지만 1주택자나 부양가족이 없는 무주택자는 가점에서 밀려 청약 당첨 확률이 낮아질 수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시와 경기도 과천, 세종시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도 각각 40%로 강화돼 집값의 절반 이상은 목돈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대책이라는 정부 주장과 달리 자금이 없는 실수요자와 청약 가점제 낮은 젊은 세대가 더욱 규제에 시달리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대책으로 LTV·DTI 규제가 강화돼 무주택 서민 등 실수요층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무주택 가구 주택가격 6억원 이하 구매의 경우에는 LTV와 DTI가 10%포인트씩 완화된다"며 "디딤돌 대출, 보금자리론 등 정책 모기지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 이번 대책은 실수요자에게 득이 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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