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이즈 환자 90% 남성, 광고 모델은 여성만?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에이즈)은 여성만 걸린다는 건가요?"
서울 시내 일부 지하철역에 게재된 에이즈 검사 의료용품 광고를 두고 성차별·여성비하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에이즈 환자의 90%가 남성인데도 여성만을 광고 모델로 사용해 잘못된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27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최근 ㅇ사가 제조한 에이즈 검사 용품 광고가 서울지하철 충무로역, 명동역 등 곳곳에 내걸렸다. 광고 속 여성은 세안 헤어밴드를 하고 소매 없는 흰 옷 차림으로 잇몸과 치아를 닦고 있다. 마치 욕실에서 개운하게 양치질을 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여성이 들고 있는 것은 칫솔이 아닌 에이즈 검사 의료용품이다. 또 다른 여성은 립스틱을 바르는 듯 도도한 모습으로 같은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여성들은 웃으면서 에이즈 검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광고를 두고 "에이즈 환자 10명 중 9명 이상이 남성 환자인데도 왜 여성만을 모델로 사용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성과 관련된 광고에서 유독 여성을 대상화 또는 상품화하는 경향이 반복됐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가장 최근 집계로 2015년 현재 에이즈에 걸린 내국인은 1만502명으로 남자 92.7%(9735명), 여자 7.3%(767명)이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관계자는 "흔히 매몰되는 고정관념에 의한 것으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관습들이 자연스럽게 광고에 스며들어간 것"이라며 "실례로 성매매 관련 문제를 보더라도 성매매 여성들만 부각되고 실질적 구매자나 공급책인 남성들은 얼굴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 보건복지부가 만든 피임 관련 공익광고도 이 같은 맥락으로 뭇매를 맞았다. 해당 광고는 피임의 중요성을 역설하기 위해 '다 맡기더라도 피임까진 맡기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여성을 피임 외에는 남성에게 다 맡겨도 되는 존재로 만들고, 피임이나 원치 않는 임신을 할 경우에는 여성이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나타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에이즈 검사 의료용품을 만든 ㅇ사 측은 "구강 점막을 이용해 손쉽게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제품의 간편성과 가벼운 특성을 살리기 위해 여성을 모델로 쓴 것"이라며 "여성비하나 차별 등의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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