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지난 22일 오전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 표결 중 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종료가 지연되자 답답해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현재 149명이 투표했습니다. 아직 한 표가 부족해서 안 됩니다."(정세균 국회의장)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장. 제출 45일 만에 가까스로 본회의 통과를 앞둔 11조원대 추가경정(추경)예산안은 막판에 발목이 잡혔다. 표결에 참석해 반대표를 던지겠다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집단 퇴장했다가 일부가 돌아오는 등 오락가락하면서 정치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부끄러움과 반성은 오롯이 의장의 몫이었다. 정 의장은 "여야 모두 패자"라고 외쳤다.
당장 후폭풍이 불었다. 지지층의 문자 폭탄과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당원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국민께 심려를 끼쳤다"며 사과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회기 중 의원의 국외출장을 금지하는 등 제도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은 'X맨 논쟁'에 빠져들고 있다. X맨은 2000년대 중반 인기 예능프로그램의 제목이다. 일부러 실수해 자신의 팀을 곤경에 빠뜨리는 인물이다.사실 해외에 체류 중이던 의원의 상당수는 공무로 출장길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대부분은 미리 당에 일정도 보고했다.
그런데 정작 추경 표결 직후 비난의 화살은 한국당이 아니라 민주당에 쏠리고 있다. 추경 처리를 앞두고 내부 단속에 실패한데다, 지도부가 숫자 계산조차 제대로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우 원내대표는 "상황 파악을 미리 하고 있었다"고 항변했다. "면밀하고 꼼꼼하게 들여다보지 못한 것에 대해선 반성과 책임이 크다"면서도 한국당의 태도와 표결을 거부한 일부 바른정당 의원 등 '외생 변수'에 책임을 돌렸다. 표결을 앞두고 외유에 나서거나 지방행을 택한 소속 의원들의 행동에 대해선 굳이 변명을 감추지 않았다.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협치만 강조하다 정작 내부 협업에 실패한 민주당은 입은 있어도 할 말은 없게 됐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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