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표'가 '솔표'를 삼켰다
광동제약, 조선무약 '솔표' 등 인수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 명창 고(故) 박동진 선생이 등장하는 광고로 친숙한 약품 브랜드 '솔표'가 새 주인을 맞았다. 조선무약의 파산으로 매각 절차를 밟던 솔표 상표권을 광동제약이 전격 인수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조선무약의 수십년 경쟁사인 광동제약이 솔표 브랜드를 구매한 뒤 사장시켜버리는 이른바 '브랜드 고사작전'을 펼치려는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파산부는 지난 14일 조선무약이 보유한 '솔표 위청수' '솔표 우황청심원' 등 654개 상표ㆍ특허권의 매각 절차를 진행했다. 이번 매각은 솔표 브랜드를 보유한 조선무약이 청산절차를 진행하면서 자산을 정리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매각 절차는 당초 9차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1차 입찰 만에 낙찰자가 가려졌다. 광동제약이 동아제약 등 다른 참여자 3~4곳을 가볍게 따돌리고 최종 낙찰에 성공한 것이다. 광동제약은 최저 입찰가격인 20억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무약의 '솔표 우황청심원'은 1925년 출시 후 국민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며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그러나 광동제약이 1973년 '거북표 광동우황청심원'으로 도전장을 내민 뒤 공격적인 광고와 영업을 펼쳐 솔표와 거북표 양강 체제를 형성했다. 그러다 2000년대 중반 조선무약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솔표는 거북표에 크게 밀리기 시작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거북표가 꾸준히 1위 자리를 지켰다. 거북표 광동우황청심원은 지난해 기준 37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일반의약품 중 상위 5위 안에 들어가는 블록버스터급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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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시장에 나온 솔표 브랜드를 제3의 제약사가 인수할 경우 광동제약 입장에선 또다시 경쟁 체제에 돌입해야 하는 껄끄러운 상황이 펼쳐진다. 이런 이유에서 업계에선 광동제약이 솔표 브랜드를 되살리기보다는 경쟁자 진입을 막기 위한 방어전략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런 '고사작전'은 제약업계에서 종종 있어왔다. 특히 타사가 개발 중인 신약이 자사 제품과 경쟁관계에 놓일 것으로 판단되면 경쟁사를 흡수합병한 뒤 신약개발을 중단시켜버리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솔표는 90년이 넘은 장수 브랜드라 신뢰도와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 자본력을 갖춘 인수자가 등장할 경우 광동제약 입장에서는 상대하기 쉽지 않은 라이벌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향후 솔표 브랜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광동제약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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