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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 사이/김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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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은 건물을
 내려다보지 않는다
 건물은 건물을
 올려다보지도 않는다

 그저 고마울 뿐이다
 옆에 누가 꿋꿋이
 서 있다는 것이

 보았는가?
 어두운 밤 뒤척이다
 옆으로 슬며시 뻗는
 건물의 흰 손들을

 그것으로 그득해져
 그것만으로, 따뜻해져

 튼튼히
 도시가 서 있다

 
■이런 시, 처음이다. 도시의 건물을 두고 이처럼 긍정적인 상상을 할 수 있다니, 놀랍다. 그렇지 않은가. 흔히 도시의 건물이라 하면 반생명적인 맥락이나 억압과 지배, 자본, 폐허 따위를 먼저 떠올리곤 하는데, 이 시는 사뭇 다른 편에 서 있다. 이 시를 읽고 생각해 보니 저 도시의 건물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럽기까지 하다. 그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건물들은 그저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도시를 지탱하고 있고, 우리는 그 안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모든 잘못은 우리에게 있다. 건물을 짓고 부수고 다시 그 자리에 더 높은 건물을 쌓는 우리의 욕망이 문제지, 도시의 건물은 차라리 자연에 가깝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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