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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정이 만난 사람]협동조합, 사람중심경제 싣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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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동 한국택시협동조합 이사장…"7월부턴 쿱 버스 탄생"

박계동 한국택시협동조합 이사장이 조합원 사진이 걸린 현황판 앞에서 웃고 있다.

박계동 한국택시협동조합 이사장이 조합원 사진이 걸린 현황판 앞에서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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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사납금 없는 '쿱(COOP)' 택시가 출범 2주년을 맞는 다음 달 쿱 버스(가칭)가 나올 겁니다. 협동조합 모델을 전세·관광버스, 화물트럭에도 적용해 사람중심 경제를 실천하고 싶어요."

최근 서울시 마포구 성암로에 위치한 한국택시협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박계동 이사장(65)은 "협동조합이야말로 분배의 불평등 구조를 바로잡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본기업은 자본이 노동을 고용해 이윤을 창출하고 그 이윤을 자본가가 가져가지만, 협동조합은 사람이 자본을 고용해 이익을 만들고 그 이익을 배분하는 인본주의 경제라는 설명이다.
쿱 택시는 지난 2015년 7월, 하루 최대 15만원에 이르는 사납금 없는 '착한' 택시를 표방하며 출범했다. 국내 처음으로 택시기사들이 구성한 협동조합이다. 하지만 출범까지 난관이 많았다. "조합원 200명이 2500만원씩 출자해서 50억원의 자산을 만드는 게 가능하냐"는 회의적인 시각부터 "정치인 출신이 사채까지 끌어다 쓰는데 과연 이익을 제대로 배분해줄까. 사기꾼 아니냐"는 의구심도 받았다.

박 이사장은 "부도난 서기운수를 40억원에 인수하기 위해 4억원이던 집을 팔고 36억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했던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회고했다. 잔금 마련이 쉽지 않자 "전 재산과 다름없는 계약금 4억원까지 다 날릴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결국 아내는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몸져눕기도 했다고 한다.

어렵게 시작한 쿱 택시의 2년 성적표는 어떨까. 현재 운수종사자인 조합원 177명의 평균 월급은 270만원으로 평균 150만원 내외인 법인택시보다 낫다. 한국택시협동조합 인수 전 면허대수가 71대였고 현재는 76대로 운행차량이 불과 5대 늘었지만, 평균소득은 오히려 130만원 가량 늘었다. 직원수가 배 이상 늘면서 50%도 채 안되던 택시의 가동률이 90%대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서울에서의 실험이 합격점을 받으면서 경주·포항·대구·광주·구미·전주 등 전국으로 확장중이다.
박 이사장은 "택시기사가 도회지의 막장 노동자 같은 이미지를 벗고 중장년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로 변모중"이라면서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면 시민들은 더 안전하고 친절한 택시를 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택시회사 최초로 3교대제 근무 도입을 고려중이다. 여성·고령자·장애인 조합원을 위해서다.

최근에는 새로운 도전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서울지역에 25대 버스를 갖고 있는 회사를 인수키로 한 것이다. 다음달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면 '착한 택시'에 이어 '착한 버스'가 탄생하는 셈이다.

박 이사장은 "전국에 관광버스가 4만대 정도 되는데 차량 실소유주는 버스 기사지만 등록은 1600개 법인 명의로 되면서 개인차주가 뜯기는 구조가 많다"면서 "화물트럭도 90% 이상이 개인차주인 비슷한 구조고 화물알선업체가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사취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택시협동조합 모델을 버스ㆍ화물트럭으로 확대해 클러스터화 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도 이런 불합리한 구조를 극복하고 싶다는 의지가 한몫했다.

그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흙수저·금수저 논란도 결국 분배 불평등에서 비롯된 갈등의 목소리"라면서 "이익극대화·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 주류 경제학의 폐해에 직면한 만큼 이제는 상생의 경제학이 필요하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사실 박 이사장은 '굴곡진 인생'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민주당 의원 시절 노태우 전 대통령의 4000억원 비자금을 폭로하면서 스타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1996년 15대 총선에서 낙선하고, 1999년 선거법 위반 혐의로 피선거권마저 박탈당하면서 인생의 나락을 경험한다. 결국 생계를 위해 택시 운전대를 잡다 회사택시의 횡포를 직접 겪으면서 협동조합에 남은 인생을 걸기로 마음먹는다.

그는 "협동조합의 목표는 은퇴 없는 평생현역"이라면서 "사교육으로 노후 준비 못하고, 소득절벽에 처한 세대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싶다"고 웃었다. 이어 "협동조합의 꽃은 소비자협동조합"이라면서 "단계적으로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그의 아내 역시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을 준비중이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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