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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정이 만난 사람]청춘들 부활 돕겠다는 '은발의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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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강기 前 부활 매니저 겸 스포츠매니저…인디뮤지션 '킹 메이커'로 재능기부

제2의 '부활'을 꿈꾸는 인디뮤지션을 돕고 싶다는 백강기 씨가 활짝 웃고 있다. (사진=문호남 수습기자)

제2의 '부활'을 꿈꾸는 인디뮤지션을 돕고 싶다는 백강기 씨가 활짝 웃고 있다. (사진=문호남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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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포기하면 그 때부터 늙는 겁니다. 제2의 '부활'을 꿈꾸는 인디 뮤지션이 제대로 음악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매니저로서 재능봉사하고 싶어요."

최근 서울 사당역 카페에서 만난 백강기 전 부활매니저 겸 스포츠매니저(60)는 열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예순이라는 나이를 잊게 하는 다부진 체격에 백팩을 메고 나타난 은발의 매니저는 여전히 '혈기왕성'해 보였다. 그는 1세대 록밴드 '부활'을 전성기에 올려놓은 '숨은 공신'이다. 록의 불모지 우리나라에서 부활이 30년이 넘도록 왕좌를 지키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뒤에서 도운 '킹 메이커'다. 그는 지난해 '나는 매니저다'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에는 부활의 전신인 '디엔드(The end)'의 김태원을 발굴해 부활 1집부터 4집 앨범까지 매니저로 활동하기까지의 생생한 경험담뿐만 아니라 연예계 은퇴후 기상천외한 보육원골프단을 창단해 아들을 프로골퍼로 입문시킨 스포츠매니저로서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부활의 매니저와 아들의 매니저로서의 소임은 끝났다"며 "둘의 자생을 곁에서 도왔으니 이제는 가능성 있는 뮤지션을 발굴해 홍대에서 신나게 공연할 수 있는 세번째 매니저를 시작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부활의 매니저는 은퇴했지만 부활을 꿈꾸는 뮤지션들의 매니저를 자처하며 평생 현역으로 재미있게 '부활'하고 싶다는 그의 의지가 결연하게 묻어났다.

록음악에 심취해 청소년기를 보냈다는 그가 뮤지션이 아닌 매니저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그는 "영국출신 '비틀스'가 세상을 뒤흔든 시절, 내 눈은 '월간 팝송'에 끼어있는 브로마이드에 꽂혔다"며 "비틀스 옆에서 턱시도를 입고 웃고 있는 남자 브라이언 엡스타인을 보는 순간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배후에는 누가 있을까 궁금했다"고 말했다. 엡스타인은 영국 리버풀의 동네 레코드숍 주인이었다가 우연히 비틀스 재능을 알아채고 그들의 매니저가 된 전설적인 매니저다.

그는 매니저의 세계를 막연히 동경하다 1982년 연예엔터테인먼트회사인 '패밀리 프로덕션'에서 일하게 된다. 사실 이곳은 그의 친여동생인 가수 민해경(본명 백미경)의 소속회사였다. 하지만 동생의 가수활동을 도우며 매니저에 입문한 그가 경험한 매니저 세계는 상상과 완전히 동떨어졌다. 그는 "현실의 매니저는 연출·감독·총관리자를 뜻하는 사전적 의미의 매니저가 아니었다"면서 "보디가드나 로드매니저, 밤업소 출연섭외를 위한 브로커 정도의 역할에 불과했다"고 회고했다.
그의 삶을 바꾼 것은 기타리스트 김태원과의 만남이었다. 운명처럼 끌리듯 찾아간 종로 파고다극장에서 무명 록밴드 '디엔드'의 공연을 지켜보다 지미 헨드릭스의 'Little wing'을 연주하는 기타리스트에 전율을 느꼈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분장실로 향했고 리더인 김태원에게 다짜고짜 매니저를 자청한다. "배고픈 록밴드에게 매니저라니…" 심드렁했던 김태원은 그에게 "록이 뭐라고 생각하세요?"라는 테스트성 질문을 던졌고 그는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려운데, '블루스'라고 답하면 되겠냐?"라고 말했다.

이게 인연이 돼 그는 부활의 매니저를 맡는다. "록의 세계에서 끝장내겠다"며 지었다던 '디엔드'의 이름을 긍정적인 '부활'로 바꾼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고. "형, 다른 것은 필요없고 음반 하나만 내줘"라던 김태원의 청에 그는 동생 민해경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1집을 제작했고, 타이틀곡인 '희야'는 보컬 이승철의 미성과 만나 '대박'이 났다. 록밴드 사이에서 경쟁하듯 화려한 속주가 번지던 시절, 그는 부활에 "우리는 한(恨)이 있어야 한다"며 "빠른 음악 말고, 끈적끈적하게 가보자"고 주문했고 결국 서정성 있는 음악색채로 상업성까지 거머쥔다. 그는 "매니저 시절 김종서, 이승철, 비운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故) 김재기까지 천재 싱어 3명을 잡았으니 행운"이라고 회고했다.

스포츠 매니저로의 변신은 가슴 아픈 가족사가 한 몫했다. 골프스타 박세리와 어깨를 겨누던 조카딸 '백세라'가 어린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형 백성기는 목사의 길을 걷는다. 이때 그는 아들 백현범을 프로골퍼로 만들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형과 뜻을 같이해 1999년 8월에는 보육원 아이들 40명을 데리고 유례를 찾기 힘든 '보육원골프단' 창단에 나섰고, 아들도 골프단 일원으로 참여시킨다. '꿈과 희망의 티샷'을 노렸지만 현실은 예상대로 녹록지 않았다. 여러곳의 후원을 받아 충청보육원, 제주보육원에서 골프단을 이끌었다. 성장속도가 더뎠던 아들이지만, 늘 멘털(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해외 전지훈련비 마련을 위해 잉어빵 장사까지 마다않던 그는 결국 아들을 프로골퍼로 키웠다.

"기타를 못쳐도 록밴드 매니저를 했어요. 골프를 몰라도 골프감독을 했습니다. 좌절과 실패를 맛본 젊은이들에게 열정 하나만은 버리지 말라고 하고 싶네요." 그는 지난해 발간한 책을 외국어로 번역해 출간하고, 영화화하는 게 새로운 꿈이라고 했다. 자신의 삶이 부활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작은 힘이 되길 바라면서.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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