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아니라는 이주열…文정부와 '궁합' 맞추나
발언 조합해보니 '통화정책 완화정도 조정할 수 있지만 긴축은 아니다'
김동연 "총재 리스팩트" 자세 낮춰…재정 ·통화 조화 강조될 듯
이 총재, '고용 통화정책 반영 ·포용적 성장' 언급…'발맞추기'해석도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긴축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지금 우리가 긴축을 하겠다는 상황이 아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조정할 수 있다"는 자신의 발언이 '긴축'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13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첫 회동을 마친 직후였다. 그는 경기회복세를 단서로 달며 "당분간은 완화기조를 끌고갈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바로 이틀 전 그는 한은 창립67주년 기념사에서 "경제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의 완화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는 조정할 수 있지만 긴축은 아니다.' 이 총재의 발언을 조합해 보면 이렇다.
여러 갈래로 해석이 가능하다. 약 1년간 1.25%로 기준금리를 동결해왔던 만큼 소폭의 금리 인상은 여전히 '완화적'이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가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언급하며 "옐런 의장도 여러번 금리를 올리면서도 경기를 서포트(지원)하는 수준이라고 하지 않나"라고 발언한 것도 맥락이 같다. 수출을 필두로 한 경기회복세가 새 정부 출범으로 탄력을 받은 만큼 '시그널'을 보내기에도 적절한 타이밍이다.
김 부총리는 직접 한은을 찾아 유례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두 번째 공식 일정을 한은을 찾은 배경으로 이 총재에 대한 '리스팩트(존경)'을 언급하며, "좋은 말씀 부탁드린다"며 자세를 낮췄다.
배석자 없이 단독 오찬을 마친 뒤엔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같이 했다""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수시로 만날 수 있다"는 발언을 이어갔다. 김 부총리가 오찬에 앞선 인사말에서 첫 일정으로 국회를 찾았고,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통과를 위해 안간힘을 쓴다는 점을 강조한 것 역시 한은의 적극적인 보조를 애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한은이 새 정부와 '궁합 맞추기'에 나선 듯한 조짐은 이미 몇 차례 있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5일 금통위 이후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맞물려 '고용지표가 한은 통화정책의 축이 될 수 있냐'는 질문에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경기상황을 판단할 때 고용상황도 판단 요소"라고 답했다. 또 이달 초 "많은 나라에서 계층 간 소득 격차가 확대됐는데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약화할 수 있다"며 포용적 성장을 강조한 것 또한 새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것으로 해석됐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한은에 정책기조에 맞는 금리조정을 '압박'하는 형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해석한다. 독립된 조직으로서 인정하면서도 조사인력을 동원한 정책 공조를 위해 선제적으로 유화책을 펴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그간 경기부양에 있어서 통화정책의 역할이 컸다면 이번 정부에서는 바뀌는 분위기"라며 "이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내리거나, 동결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시점을 맞춰 인상을 해주는 방향으로 정부정책을 보조해주길 바라지 않겠나"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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