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검찰의 관계 표현한 영화… 최근 검찰팔자와 싱크로율 높네


굿 하다 통곡한 '더킹' 검찰과, 문정부의 검찰 '묘한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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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5일 김수남 검찰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11일,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을 염두에 둔 신임 법무부 장관에 서울대 안경환 교수를 발탁했고, 5월 19일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에 ‘강골 검사’ 윤석열 검사를 기용했다. 공석인 검찰총장 자리를 둘러싸고 개혁의 진용이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춰가는 가운데, 지금 검찰 내부의 분위기는 어떨까? 기시감마저 드는 한 편의 영화 속에서 어렴풋한 상황을 유추해본다.



영화 <더킹>의 한강식(정우성 분)과 박태수(조인성 분)는 자신들이 밀고 있는 후보의 당선이 위험해지자 굿판까지 나서며 권력의 끈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친다. 사진 = 영화 '더킹' 스틸컷

영화 <더킹>의 한강식(정우성 분)과 박태수(조인성 분)는 자신들이 밀고 있는 후보의 당선이 위험해지자 굿판까지 나서며 권력의 끈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친다. 사진 = 영화 '더킹'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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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누구?

군사독재가 끝난 1987년을 기점으로 검찰은 군과 안기부 쇠락에 따른 권력을 그대로 흡수해 거대 조직으로 거듭났다. 이후 역대 정권 초마다 검찰개혁의 목소리는 높았지만 결과는 위미부진했고, 급기야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검찰은 권력의 사병 역할을 자처했다.


권력의 향방이 ‘어딜’ 향하는가, ‘누가’ 당선되는가에 대한 관심과 불안은 조직의 명운에서 기인한다. 영화 <더킹>의 한강식(정우성 분)과 박태수(조인성 분) 역시 ‘권력의 설계자’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차기 대통령이 누구냐가 불안한 나머지 무속인을 찾고, 우스꽝스러운 굿판을 감행하면서까지 ‘누가’ 당선되는가에 매달린다.

<더킹>의 1998년 대선을 앞두고 벌이는 한강식 라인의 몸부림은 눈물겨우면서도 치밀하다. 점집서 DJ의 당선을 귀띔받자 바로 비서실장을 찾아 상대 후보의 결정적 약점 서류를 건넨다. 어쩌면 그 서류가 역으로 대통령을 만드는 무기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영화 속 검사의 ‘확신’은 서류 너머의 무당의 ‘즉물적’ 예측에 무게를 둔다.



창문을 통해 내려다 보는 한강식 라인의 모습은 과거 2009년 4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소환 때 홍만표 당시 수사기획관이 창밖을 보며 웃는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낸다. 사진 = 영화 <더킹> 스틸컷

창문을 통해 내려다 보는 한강식 라인의 모습은 과거 2009년 4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소환 때 홍만표 당시 수사기획관이 창밖을 보며 웃는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낸다. 사진 = 영화 <더킹>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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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살아있는 권력의 시효가 다해갈 때, 혹은 그 유통기한이 끝났을 때 이들의 노선변경은 재빠르며, 꼬리 자르기는 신속하다. 이때 <더킹>의 묘사는 더욱 촘촘해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일, 대검찰청 창문 밖을 내려다보며 미소 짓던 당시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의 모습을 재현해낸 장면에선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음에 눈을 흘기다가도, 그 와중에 검찰 내부 자정 능력을 상징하는 감찰부 검사의 집요함에서 실제 모델이 된 임은정 검사를 떠올리며 웃음 지을 수 있다.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사진=아시아경제DB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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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몰락, 개혁은 가능할까?


박근혜 정부의 검찰은 철저하게 권력의 시녀로 그 기능을 다 했다. 2013년 9월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 및 채 총장의 사퇴 논란엔 검찰의 직무 독립보단 정권의 컨트롤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강력한 청와대의 메시지가 있었다. 이후 청와대의 검찰 장악을 위한 플랜이 인사를 통해 보다 명징히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참여연대 보고서를 통해 “박근혜 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검찰 의존도가 심했다. 검찰 개혁은커녕 검찰의 과잉권력을 보장하면서 검찰 출신 인사들을 국무총리 등 요직에 중용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사진=연합뉴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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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5월 11일 임명 후 첫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과거)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 지휘 측면에서 (검찰과) 원활히 소통했던 것에 비춰 어디까지 수사 지휘를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민정수석은 수사 지휘를 해선 안 됩니다”라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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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킹>의 제작시점이 조금 늦춰져 2017년에 이뤄졌다면, 영화보다 훨씬 극적인 장면이 스크린에 등장하지 않았을까. 황제수사 논란을 빚었던 우병우 전 수석이 등장한 한 장의 사진, 수갑을 찬 채 재판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외압 항명에 좌천된 윤석열 검사의 화려한 귀환까지.


영화는 대통령 당선 가름을 위해 굿판을 벌였지만, 현실에선 검찰총장 인선을 두고 ‘보인다 보여’ 하는 방울 소리 앞에 일군의 무리가 초조해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개혁성향의 인선을 두고 “나는 모릅니다”하는 메아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아시아경제 티잼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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